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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뭐든지 최초” 선교사 숨결 있는 인천 봄나들이 어때요

1883년 개항한 인천은 신문물이 조선에 들어오는 길목이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과 외국 문화의 접점을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최초의 서양식 호텔, 극장, 짜장면집, 서구식 공원, 근대식 교육기관 등이 다 이곳에 있다.

외국 선교사들도 인천항을 통해 들어왔다. 1885년 4월 5일 언더우드·아펜젤러 선교사 역시 인천항을 통해 처음 한국에 발을 내디뎠다. 임신한 아내의 안전을 위해 일본으로 잠시 건너갔다가 6월 다시 입항한 아펜젤러 선교사가 처음 예배를 드렸던 곳은 내리교회로 남아있다. 영국성공회 고요한 주교가 1890년 인천에 도착한 후 다음 해 세운 최초의 성공회 성당도 내동성당이란 이름으로 역사를 이어온다.



8일 인천에서 만난 최석호 전 서울신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근대 역사의 소중한 보물들을 가지고 있는 인천은 최근 트렌디한 카페 등이 들어서면서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이색적인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말이면 일대를 둘러보려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내리교회도 코로나19로 잠시 문을 닫았던 역사관 등을 다시 공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내리교회는 아펜젤러 선교사가 세운 첫 예배당을 헐고 1901년 웨슬리예배당을 지었다. 웨슬리예배당은 1955년 없어졌고 그 자리에 새로운 예배당이 세워졌는데, 이 건물이 화재로 불타 1984년 새로 지은 건물이 지금의 내리교회 예배당이다. 최영호 내리교회 부목사는 “웨슬리예배당에 있던 종이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무기를 만드는 데 빼앗기지 않고 남아있다. 역사 유산을 지키기 위한 당시 담임목사님과 성도의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내리교회는 2012년 웨슬리예배당의 모습을 재현해 건물을 세웠다. 그러나 원래 있었던 자리에 재건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문화재 지정을 받지 못했다. 인근 성공회 내동성당이 인천시 유형문화재로, 천주교 답동성당이 사적으로 지정된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답동성당은 관광자원화사업에 선정돼 현재 국가 지원금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성당을 가리고 있던 건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를 시민들을 위한 휴게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근대 역사의 흔적들은 박물관으로 남아있다. 언더우드·아펜젤러 선교사도 묵었던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은 전시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국내에서 짜장면을 처음 만들어 팔았던 공화춘도 박물관이 됐다. 각국 이주민들이 세운 다양한 건물을 보며 길을 걷다 보면 역사 속 다양한 문화유산과 마주하게 된다.



최 교수는 “꼭 이스라엘과 같은 외국으로 나가는 것만이 성지순례가 아니다. 우리나라 곳곳에도 초기 기독교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곳이 많다”며 “한국교회가 기독 유산을 지키고 발전시켜 후손들이 많이 찾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글·사진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