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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죽음, 한인사회 깨우치는 교훈 되길”

LA 폭동 당시 한인타운을 지키려다 숨진 고 이재성군의 부모는 30년 만에 가진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아들의 숭고한 죽음이 앞으로도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친 이영희씨와 모친 이정희씨가 지난 4일 포레스트론의 아들 묘지를 찾아 헌시가 새겨져 있는 동판을 정성스레 닦고 있다. [박상혁 기자]3대 독자 외아들을 가슴에 묻고 산 30년이었다.1992년 4월의 화염속에 신음하던 천사의 도시. 열아홉 젊음을 바쳐 죽음으로 한인타운을 지키다 간 고 이재성(Edward Jae Sung Lee)군의 모친 이정희(77)씨를 만나는 여정은 험난했다. 30년전 LA 폭동으로 사랑하는 외아들을 잃은 이씨에게 폭동의 기억을 되살리는 일은 억장이 무너지는 고통이기 때문이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수차례 접촉한 끝에 한 달여 만에 어렵사리 연결이 된 이씨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해야할 지 몰라 질문하기도 힘들었지만, 이젠 아들의 희생을 승화한 듯 차분하게 지난 30년을 회고했다.이씨는 “아들이 30년전 폭동으로 피땀흘려 세워놓은 한인들의 비즈니스가 무참하게 전소되는 현장을 보고 정의롭게 나섰다가 희생됐다”며 “우리 아들을 천국에 가서 만나면 자신이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먼저 이야기할 것”이라며 울먹였다. 아들을 먼저 보내고 30년간 가슴에 묻고 산 모정의 비통함과 회한이 인터뷰 내내 배어있었다.이씨는 “아들은 비록 희생됐지만 한인사회는 이후 정치, 경제적으로 큰 성장을 했다”고 강조하고 “아들의 숭고한 죽음이 앞으로도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눈시울을 적셨다.이씨는 아들을 보내고 한 번도 재성군의 사진이 자신의 시야에서 떨어져 본 적이 없다. 아들의 사진은 거실, 안방에도 있고 집 전체가 사진으로 둘러 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례식 사진은 벽에 붙어있고 거실 왼쪽에는 이군의 흉상이 또한 지키고 있다. 이씨는 “우리 집에 오는 방문객은 아들의 사진을 안 볼수가 없다”며 “한 평생을 아들과 함께 사는 기분”이라고 밝혔다.LA 폭동 당시 아들을 먼저 보내고 그 또래 애들 지나가는 것만 봐도 속상했던 그녀는 한 번은 아들과 비슷한 모습에 자동차도 똑같은 청년을 쫓아가다가 신호등에서 놓친 적도 있다고 한다. 지난 1972년 미국에 이민와 벌써 올해 50년이 됐다는 이씨는 모친의 고모부가 독립운동가 조소앙 대한민국 임시정부 외무총장으로 뼈대가 있는 집안의 후손이다. 이씨는 “우리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전쟁이 일어나면 나가 싸우고 탄환이나 돌맹이라도 나를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자녀들이 가질 수 있도록 정신 교육을 시켜야한다”고 말했다.이씨는 특히 4.29의 교훈을 한인사회가 뼈아프게 새기고 후세에 전해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씨는 “한인사회가 깨어있지 않고 코리안 아메리칸의 정체성에 근거한 자녀교육에 등한시 한다면 LA폭동과 같은 재앙에 다시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한편 이정희 여사는 오는 20일 본보 주최로 옥스포드 팔레스 호텔에서 열리는 LA폭동 30주년 세미나 행사에 참석해 그동안의 소회를 30년 만에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