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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서도 대선사기 의회폭동…1·6 사태 판박이


자이르 보우소나루(67) 전 브라질 대통령 지지자 수천 명이 브라질 의회와 대법원, 대통령 집무실을 습격하고 군부대의 쿠데타를 촉구하는 난동을 부렸다. 2021년 1월 6일 미국 의사당 난입 사건 때처럼 시위대는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항의하며 폭동을 일으켰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시위대를 ‘광신도, 파시스트’라 부르며 강력 처벌을 지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충격적”이라며 시위대를 비판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 수천 명은 이날 오후 2시30분쯤 수도 브라질리아 연방 관구 내 의회 앞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넘은 뒤 문과 창문 등을 부수고 침입했다.

시위대 상당수는 브라질 국기를 몸에 두르거나 국기를 상징하는 노란색과 초록색 옷을 맞춰 입고 대선사기를 주장했다. 의회 건물 지붕에 올라 브라질 군대의 쿠데타를 촉구하는 ‘개입’이라는 뜻의 플래카드를 펼치기도 했다. 다른 시위대는 대통령궁과 대법원으로 몰려들었고, 경찰을 저지하기 위해 의자 등으로 장애물을 설치했다.

SNS에는 대통령 집무실 밖에서 시위대가 막대기로 말을 탄 경찰관을 때려 끌어내리는 장면이 등이 담긴 현장 영상 등이 올라왔다. 경찰은 헬리콥터에서 폭동 진압용 최루탄을 발사하며 시위대와 충돌했다. AP통신은 “일부 경찰과 보안요원이 폭행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폭동은 오후 늦게 진압됐고, 이 과정에서 수백명이 체포됐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해 말 발생한 홍수 피해 지역인 아라라콰라 방문 중이어서 현장을 피할 수 있었다. 그는 사태 보고를 받은 뒤 “전례가 없는 일로, (공공 건물을 습격한) 사람들을 모두 찾아내 처벌할 것”이라며 “모든 법령을 동원해 죄를 묻겠다”고 말했다. 플라비우 지누 법무부 장관도 트위터에 “무력으로 (자신들의) 뜻을 강요하려는 이 터무니없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군·경 등 가용 인력을 투입해 진압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50.9%대 49.1%’라는 근소한 득표율 차이로 결선 투표에서 승리했다. 이후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브라질리아 주요 군부대 앞에 이른바 ‘애국 캠프’를 차리고 룰라 취임 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선거 불복 움직임을 보여 왔다.

특히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대선 사기 주장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방식으로 음모론을 폈다. 그는 대선 전 브라질의 전자투표 기계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대선 패배 이후에는 결과가 부당하다며 지지자들의 시위를 독려했다.

브라질 싱크탱크 이가라페 연구소 공동 설립자 로버트 무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마찬가지로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수년 동안 잘못된 정보와 허위 정보를 지속해서 습득해 왔다”며 “이번 폭력은 예고된 반란”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선동적인 정치적 수사로 급진화된 강경파들이 선거 패배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근거 없는 사기 주장에 매달리며 법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서구 민주주의에서 극우 파괴자들의 전염병이 번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위터에 “미국은 브라질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모든 시도를 비난한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상황을 자세히 주시하고 있고, 브라질의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우리의 지지는 흔들림이 없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룰라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루이스 라칼레 포우 가브리엘 보릭 폰트 칠레 대통령 등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