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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생방송 중 ‘전쟁 반대’ 시위 직원, 독일 기자 됐다


러시아 TV뉴스 생방송 도중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반전 메시지를 들고나와 구금됐던 러시아 방송국 직원이 독일 유력 언론사에 기자로 채용됐다.

11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독일의 유력 일간 디 벨트(Die Welt)는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1’ 편집자였던 마리나 오브샤니코바(44)를 자사 모스크바 주재 프리랜서 특파원으로 채용했다.

오브샤니코바는 디 벨트 미디어 그룹의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신문 기고와 TV뉴스 채널 출연을 병행할 예정이다. 그는 “디 벨트는 현재 우크라이나의 용기 있는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 가치, 즉 자유를 상징한다”며 영입 소감을 밝혔다.

울프 포르샤르트 디 벨트의 편집장은 오브샤니코바에 대해 “그는 국가의 탄압 위협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언론 윤리를 옹호했다”며 “함께 일하게 돼 매우 기쁘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브샤니코바는 지난달 14일 러시아 국영 TV채널 뉴스 생방송 중 ‘전쟁 반대 (NO WAR)’ 글자가 적힌 종이를 들고 난입했다. 종이에는 “전쟁을 멈춰라. 선전과 선동을 믿지 마라. 그들은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쓰여 있었다. 맨 아랫줄에는 영어로 “러시아인들은 전쟁에 반대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전쟁 반대! 전쟁을 멈추라!”고 외치기도 했다. 당시 방송은 급히 사전 녹화된 다른 화면으로 넘어갔다.


러시아 당국은 불법시위 조직 혐의로 오브샤니코바에게 3만 루블(한화 약 34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생방송 중인 세트장에 난입해 반전 시위를 벌인 그는 서방에서 ‘영웅’으로 부상했다.

오브샤니코바는 벌금형을 선고받은 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영웅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진실에) 눈뜨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물론 안전에 대해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각국 정계 인사들은 오브샤니코바를 향한 지지를 보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가 진실을 말했다”고 말했고,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보좌관은 트위터에 “그녀를 대신해 기꺼이 벌금을 내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오브샤니코바의 시위 이후 프랑스가 망명 등을 통해 그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푸틴 대통령과의 다음 대화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브샤니코바가 러시아에 머물고 싶어했기 때문에 프랑스 망명은 성사되지 않았다.

오브샤니코바는 우크라이나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