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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게 더 많이’ 마크롱표 연금개혁 시작…좌초 가능성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연금 개혁을 본격 추진한다. 퇴직 연령을 높여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요 노조가 정년 상향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예고했고, 야당이 반대 입장이라 연금 개혁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정년을 매년 3개월씩 연장하는 내용의 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개혁안대로라면 정년은 2027년 63세 3개월, 2030년에는 64세가 된다. 프랑스 정부는 2027년부터 연금을 100% 받기 위해 기여하는 기간을 42년에서 43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근무 기간을 늘리는 대신 최저 연금 수령액은 월 980유로(약 130만원)에서 1200유로(약 16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프랑스의 연금개혁은 마크롱 대통령의 숙원 과제다. 그는 2019년 대규모 총파업에도 연금개혁을 강행했으나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도 “부채에 의존한 채 연금제도를 운용할 수 없다. 우리는 더 오래 일해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연금 개혁은 조기 은퇴와 고령화가 겹치면서 연금 재정이 부실화되며 떠올랐다. 프랑스의 은퇴 연령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다. 이탈리아와 영국의 은퇴연령은 각각 67세와 66세다. 로이터통신은 “프랑스 남성은 EU 평균 대비 2년, 여성들은 1년 빨리 은퇴한다”며 “일부는 80년대의 정년 60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55~64세 인구 취업률도 57.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2.9%)을 밑돈다.

보른 총리는 “연금 제도를 바꾸는 것이 국민을 두렵게 만든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적자가 늘어나도록 놔두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대규모 증세, 연금 수령액 감소로 이어져 우리의 연금 제도를 위협할 것”이라고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2030년 연금 제도 적자는 135억 유로(약 18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마련한 개혁안대로 연금 제도를 고친다면 2030년 177억 유로(약 24조 원)의 흑자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른 총리는 이날 발표한 연금개혁안이 최종 버전이 아니며, 1월 23일 국무회의에 관련 법안을 상정하기 전 야당과 노조 등과 대화를 거쳐 수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연금 개혁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와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도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안을 지지할 수 없다며 치열한 다툼을 예고했다. 강경 노조부터 온건 노조까지 프랑스 주요 노조 8개 단체는 연금 개혁에 반대해 이달 19일 파업을 하겠다고 뜻을 모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연금 개혁에 동의하는 여론도 높지 않다. 각종 여론 조사 기관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정년 연장을 찬성한다는 응답은 30% 안팎에 머물렀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