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핵 위협에 대한 중국의 책임 회피를 미국이 묵인해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망쳤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위협 증대로 역내 안보 환경이 변화한 만큼 내달 열리는 미·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중국이 실질적 행동에 나서도록 미국이 압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미·중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북한 문제를 주요 의제로 놓는 건 부적절해 보일 수 있지만, 북한 위협은 인도·태평양 평화와 안보에 대한 중국의 진실성을 가늠할 좋은 척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의 중요한 정책 결정으로 인도·태평양의 군사 안보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이는 미·중 회담에서 북한 문제를 강조하는 것을 정당화한다”고 설명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내달 5~6일 중국에서 친강 신임 중국 외교부장과 만날 때 북핵 문제를 적극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미국은 북핵에 대해 ‘중국도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고 가정해 자체 한반도 핵 정책을 망쳤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산적한 위협 역시 놓쳤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은 북한의 안보 위협에 대한 중국의 책임 회피를 너무 오랫동안 묵인해 왔다”며 “이번 회담은 이를 뒤바꿀 좋은 계기”라고 강조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핵 문제를 다루는 중국의 태도는 세계 패권을 노려 군사력을 확장하는 움직임과 함께 몸을 숨기고 때를 노리는 ‘도광양회’의 오랜 외교 관행으로 봐야 한다”며 “우리는 중국이 북한의 핵무장에 그다지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의 위협으로 중국이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꺼내든 핵무장론과 이에 대한 지지여론 확산, 일본의 방위비 증액 및 반격 능력 선언 등을 언급했다. 또 “어려운 문제였던 한·일 공조와 한·미·일 삼각공조가 늘어나고 있고, 일본은 3대 군사 강국으로 부상할 조짐”이라고 설명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중국은 자신의 선의를 증명하기 위해 그간 북핵과 관련해 입에 담은 달콤한 말을 실행하면 된다”고 언급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