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돈바스 전면전’이 곧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군 사령부는 러시아군이 도네츠크 지역 등 동부 일부 지역에서 공격 준비가 돼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등 서방은 다음 주를 중대 고비로 판단하고 추가 무기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과 헤르손 남부 지역에 대한 새로운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군사령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군사령부는 이날 페이스북에 “적은 공격 준비가 돼 있다”고 적었다.
이에 따라 서방 동맹의 추가 무기 지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를 마친 뒤 8억 달러 규모 무기 지원을 약속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 공격 강화 준비를 함에 따라 미국은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에 자기방어 능력을 지원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를 공격할 것을 대비한 맞춤형 방어 능력을 제공할 것”고 밝혔다.
미국은 155㎜ 곡사포 18기와 포탄 4만 발, 구소련제 Mi-17 수송 헬기 11대, M113 장갑차 200대, 공격용 드론 스위치블레이드 300대, 재블린 500기 등을 제공한다. 미국은 지원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의회 허가 없이 방산품 이전을 승인하는 ‘대통령 사용 권한’(PDA)을 활용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과 동맹이 우크라이나 무기 이전을 서두르고 있다”며 “미국은 단독으로 이들 무기 전달을 위해 매일 8∼10편의 항공편을 우크라이나 인근 국가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일부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구소련제 탱크를 보내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5억3000만 달러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을 승인했다. EU도 전면전을 대비해 이번 지원 품목에 개인 보호 장비, 응급 치료 키트, 연료, 군사 방비 등을 포함했다. EU 이사회는 “러시아가 동부 공세를 준비함에 따라 군사 지원을 계속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음 주가 결정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로렌스 팔리 프랑스 국방장관도 이날 트위터에 “우크라이나 요청에 따라 이미 기부하기로 한 1억 유로 장비 외 추가 군사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지난 7주간 전쟁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군대 전체에 심각한 사기 문제의 증거를 봤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군 절반 가까이는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은 징집병이며 전쟁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며 “육체적으로도 준비가 돼 있지 않지만, 정신적으로도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CNN은 “러시아 장교들은 부대나 동료의 성과에 좌절했다. 재배치와 재보급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기 저하와 응집력 문제가 있다”고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