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흑해함대의 사령선인 순양함이 폭발했다. 우크라이나는 “미사일 2발로 이 순양함을 잡았다”고 주장한 반면, 러시아는 “화재에 따른 사고”라며 피격을 부인했다.
AFP통신은 14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넵튠 지대함 미사일 2발로 러시아 해군 순양함 모스크바함에 큰 피해를 줬다”는 막심 마르첸코 우크라이나 오데사 주지사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인용했다. 넵튠 지대함 미사일은 우크라이나군에서 자체 개발된 해전 무기다.
모스크바함은 옛 소련 시절인 1980년대부터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연안도시 미콜라이우를 거점으로 활동했다. 배수량 1만1500t, 길이 187m인 이 순양함에 탑승 가능한 승조원 수는 510명이다.
모스크바함은 P-1000 볼칸 대함미사일 16기, 대잠수함 어뢰를 장착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이 순양함에 대해 “한 척에 탑재된 대함미사일 무장만으로 우크라이나 해군 전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리아 내전에도 파견된 이력을 가졌다. 지난 2월 24일 시작된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서 흑해함대의 지휘관 탑승선인 사령선 역할을 맡았다.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2개월여 만에 흑해함대의 ‘대장선’이 폭발한 셈이다.
전쟁 초기 즈미니섬을 지키던 우크라이나 병사들에게 투항을 회유했던 러시아 군함도 모스크바함이었다. 당시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물러가라”고 외치며 투항을 거부했다. 그 이후 교신이 이뤄지지 않아 모두 전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러시아에 포로로 잡혔다가 풀려나 우크라이나에서 지난달 훈장을 받았다.
마르첸코 지사는 모스크바함의 폭발을 우크라이나 정규군의 공격에 의한 것으로 주장했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다른 내용의 성명을 냈다. 러시아 국방부는 “모스크바함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탄약고가 폭발해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며 “승조원 전원이 구조됐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함의 폭발은 그 자체만으로도 러시아 해군의 사기를 꺾는 요소다. 우크라이나군에 의한 피격으로 확인되면 흑해에서 벌어지는 해전 양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마르첸코 지사는 “우크라이나의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기뻐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자문관 올렉시 아레스토비치는 유튜브 채널에 모스크바함 폭발을 전하면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