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석유회사 ‘엑손모빌’이 지난해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순이익으로만 놓고 보면 미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로 인해 많은 나라에서 엑손모빌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튀어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현지시간) 엑손모빌이 지난해 557억달러(약 68조7000억원)라는 역대 최대의 연간 순이익을 거둬들였다고 보도했다. 엑손모빌이 이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로 인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이 꼽힌다.
엑손모빌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한 2020년 순손실 220억달러로 4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주가 역시도 부진했다. 엑손모빌과 관련된 기업들은 장비를 놀려야 했으며 지출을 줄여야 했다. 일부 셰일 업체는 파산보호를 신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난해 국제 에너지 가격이 러시아 에너지 무기화 시도로 치솟았다. 수요 역시도 덩달아 뛰어올랐다. WSJ은 2년간 사실상 심정지 상태였던 정유 산업에 획기적인 전환이 이뤄졌다고 봤다. 다우존스의 엑손모빌 주가는 지난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실적에 대해 “경쟁력 있는 저배출 대안이 나오기 전까지 전 세계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계속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백악관이 엑손모빌의 실적에 분노를 표했다고 전했다. 또 이들의 규모가 석유 산업에 대한 새로운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요구에 불을 붙였다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는 벌어들인 만큼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으며, 세금 부과는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