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시리아 일대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여진으로 인한 건물 붕괴가 이어지고 있다. 추운 날씨와 여진으로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망자가 만명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트위터 등 SNS와 해외 커뮤니티에는 여진으로 인해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남동부 대도시 말라티아 시가지에서는 건물 밖으로 대피한 주민들 앞에서 7~8층 높이의 고층 건물이 그대로 무너져 주민들이 잔해와 먼지를 황급히 피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건물 붕괴 징후를 느낀 경찰들은 주민들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외치면서 건물 반대 방향으로 주민들을 안내한다. 건물 쪽으로 향하던 차량들도 황급히 후진해 해당 지역을 벗어나는 모습도 담겼다.
중부 도시 말라티아에서는 한 기자가 생방송 중 갑자기 여진이 닥친 상황에서 위험에 처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방송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튀르키예 A뉴스 기자 육셀 아칼란은 현장에서 지진 상황을 생방송으로 전하던 중이었다. 아칼란이 “큰 소리와 함께 두 번의 여진이 연속적으로 발생했다”며 시민들에게 다가가자 이 순간 굉음과 함께 건물이 붕괴되며 먼지에 휩싸였다.
기자는 맞은 편 폐허에서 겁에 질려 우는 소녀를 발견하고 방송을 중단한 뒤 소녀 쪽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이후 소녀를 번쩍 안아 보호자가 있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 뒤 방송을 재개했다.
유적과 문화재도 지진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다. 2~3세기 지어진 로마시대의 성으로 성곽과 보루가 잘 보존돼 있던 가지안테프성은 두 차례 지진으로 돌담이 무너지는 등 크게 훼손됐다.
튀르키예 아나돌루 통신은 “역사적인 가지안테프성의 동쪽, 남쪽에 있는 보루 일부가 지진으로 파괴됐다”며 “성 성 인근 시르바니 모스크의 돔과 동쪽 벽도 일부 붕괴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앞서 튀르키예 남부에서 6일(현지시간) 오전 4시17분 규모 7.8 강진이 발생한 이후 규모 7.5 지진 등 대규모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튿날 오전 6시13분쯤에도 중부 지역에서 규모 5.3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가 밝혔다.
튀르키예에서만 5600여개의 건물이 파괴됐다고 당국은 전했다. 병원들도 지진 피해를 입어 밀려드는 부상자들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한편 CNN에 따르면 이번 강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이날까지 최소 4372명이 숨졌다. 악천후로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최대 1만명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USGS는 보고서를 통해 “피해 지역의 인구들은 지진에 극도로 취약한 구조에 거주하고 있었다”라며 “많은 사상자와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재난이 광범위하게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아직도 사상자가 늘고 있다. (피해 규모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