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터키) 남부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6300명을 넘어선 가운데 기적적인 구조 사례들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무너진 건물 잔해더미 속에서 갓 태어난 아기가 구조된 장면은 전 세계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6일(현지시간) 트위터에는 시리아 알레포 지역에서 무너진 건물 속 신생아를 구해내는 영상이 게재됐다. 9초 분량의 짧은 이 영상에는 폐허더미로 변한 건물을 헤치던 포크레인 뒤에서 한 남성이 갓 태어난 벌거숭이 아기를 안아 들고 황급히 뛰어나오는 모습이 담겼다. 다른 남성이 뒤따라 뛰어와 아이를 덮어줄 모포를 던져주기도 한다.
해당 영상은 하루 만에 200만회 이상 재생되고 6800건 리트윗되며 널리 퍼지고 있다. 영상을 트위터에 올린 현지 언론인(@Talhaofficial01)은 “아이의 어머니는 잔해 아래에서 출산한 직후 숨졌다”며 “신이 시리아와 튀르키예의 민중에게 인내와 자비를 베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극적으로 구조된 신생아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담당 의사는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 여아의 등에 타박상이 있었고, 체온은 35도까지 떨어진 상태였다”며 “다행히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으며 빠르게 건강을 회복했다”고 7일 AP통신에 설명했다.
발견 당시 아기의 탯줄은 숨진 어머니와 이어진 상태였는데, 구조 직후 인근에 있던 여성 이웃이 탯줄을 끊었다고 한다. 아기는 구조되기 3시간 전에 잔해 속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아기의 친척들은 이 여아가 그의 가족 중에 유일하게 생존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잔해에 깔린 채 동생을 지키는 어린 소녀의 모습이 전해지기도 했다. 인디아헤럴드는 7일 현지 기자가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보도했는데, 영상에는 소녀가 동생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잔해를 힘겹게 떠받치며 누워있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소녀는 구조대가 도착하자 “여기서 저랑 제 동생을 꺼내주시면 평생 당신의 노예가 되어 일하겠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이들 자매는 17시간 동안 잔해에 깔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발견된 이후 무사히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빠져나왔다.
튀르키예 남동부의 카라만마라슈 지역에서는 지진 후 무너져버린 건물 잔해 밑에서 가까스로 생존해 엉금엉금 기어 나오는 꼬마의 모습도 포착됐다.
튀르키예 중부 도시 말라티아에서는 현지 기자가 생방송 도중 갑자기 여진이 닥친 상황에서 위험에 처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방송을 중단하기도 했다. A 하베르 방송국 소속 유크셀 아클란 기자와 취재팀은 여진에 혼비백산해 공터로 피신한 뒤 다시 마이크를 잡았는데, 그 순간 골목에서 엄마와 함께 걸어 나오는 아이를 발견하고 달려가 아이를 번쩍 안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켰다.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시리아 알레포 지역에서 숨진 아기를 안고 절망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전해졌다. CNN이 보도한 인스타그램 영상(@omar_alshami2)에서 한 남성은 외투에 싸인 갓난아기의 시신을 들고 잔해 속에서 걸어 나와 아이의 아버지에게 건네주고, 아버지는 아기의 주검을 품에 안고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는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이의 온기를 느껴보려는 듯 연신 얼굴에 입을 맞추며 울음을 멈추지 못한다.
7일 AP,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전체 사망자 수는 총 6376명에 이른다. 튀르키예에서 4544명이 사망하고 2만6721명이 부상했고, 시리아에서는 812명이 숨졌고 1449명이 다쳤다.
생존자 수색은 시간과의 싸움이지만 피해 지역이 워낙 광범위한 데다 악천후와 계속된 여진의 영향으로 구조 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사상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악의 경우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만명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도 1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총 118명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긴급구호대가 튀르키예 현지로 급파되는 등 세계 각국의 구호 손길도 바빠지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그리스 등이 구조 지원을 위해 힘을 보탰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