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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지났어도 기적은 있다…임산부·6살 소년 생환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덮친 강진으로 2만명 이상이 사망한 가운데서도 구조현장에선 기적의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생존자 구조의 ‘골든타임’이 한참 지났음에도 임산부, 6살 아이 등이 구조되면서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튀르키예 관영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이번 강진의 진앙 근처인 가지안테프 아파트 건물 잔해 속에서 ‘자히데 카야’라는 이름의 임신부가 지진 발생 115시간 만에 구출됐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과 비정부기구 구조팀이 건물 잔해들 속에서 소리를 듣고 콘크리트 더미를 치워 그 아래에 있던 여성을 끌어냈다. 그는 현장에서 산소를 공급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여성의 6살 딸은 그가 구조되기 약 1시간 전에 먼저 구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히데 카야와 태아의 건강 상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튀르키예에선 세 모녀의 생환 소식도 전해졌다. 미국 CNN 방송은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슈에서 111시간 만에 어머니가 구조되고 1시간쯤 뒤 그의 딸 2명이 잇따라 구출됐다고 보도했다.

이보다 앞서 튀르키예 항구도시 이스켄데룬에선 부부와 자녀 4명 등 일가족 6명이 지진 발생 102시간 만에 함께 구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CNN에 따르면 이 가족 중 유일하게 지진 당시 집안에 없어 무사했던 한 자녀는 무너진 집 앞에서 초조하게 구조작업을 지켜봤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가족 중 두 번째로 구출돼 나오는 모습을 보고 이 자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이 광경을 본 구조대는 서로 부둥켜안으며 안도의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에선 6세 소년의 기적 같은 생환 소식도 들려왔다. 이날 AFP통신에 따르면 시리아 반군이 장악한 서북부 알레포 지역의 진다이리스 마을에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살아있는 소년이 발견됐다. 구조대원들은 몇 시간의 작업 끝에 이 잔해 밑에서 무사 흐메이디(6)군을 안전히 끌어냈다.

무사군은 의료진의 응급처치를 받고 멍든 얼굴에 붕대를 감은 모습이었다. 무사군을 구조한 구조대원 중 하나인 아부 바크루 무함마드는 “무사는 지진 발생 5일째에 잔해 속에서 구조됐다”며 “그의 형은 죽었고 다른 가족들은 아직 잔해 속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CNN은 매몰자들의 생존 희망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 6일 지진이 최로 발생한 이후 구조 작업이 5일째로 접어들면서 생존자 구조의 골든타임인 72시간(사흘)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현지의 추운 날씨도 생존자 구조를 어렵게 하는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시리아 알레포는 이번 주말 내내 최저 기온이 영하 3도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보됐다. 통상 이 지역의 2월 최저 기온은 영상 2.5도 수준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시리아의 민간 구조대 ‘하얀 헬멧’은 전날 트위터 글에서 “생명의 신호를 찾고, 기다리고, 듣고 있다”며 “우리는 잔해 속에 이들을 홀로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