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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돕지는 못할망정 총 들고 약탈… 獨 구조대 등 활동 중단


튀르키예 강진 피해 지역에서 빈집을 털거나 구호품이 실린 트럭을 훔치는 등의 약탈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총격전까지 일어나 한때 구조작업이 중단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남부 하타이 등 일부 지진 피해 지역에서 충돌이 빚어지고 총격전이 발생하면서 독일 구조대 두 팀과 오스트리아 구조대가 한때 작업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오스트리아 구조대는 이날 하타이의 치안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안전을 보장받을 때까지 구조 활동을 멈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부 안타키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구조대원은 로이터통신에 “약탈자들이 흉기를 갖고 있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독일 수색구조단체 이사르의 대변인 스테판 하이네는 가디언에 “서로 다른 파벌 간 벌어지는 충돌에 대한 보고가 많아지고 있다. 총격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스티븐 바이엘 이사르 운영 책임자도 “식량과 물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치안이 더욱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SNS에는 물건을 훔쳐 도망가는 사람들을 찍은 모습이나 약탈자들이 주민들에게 두들겨 맞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게재되고 있다. 하타이 주민 아일린 카바사칼 씨는 AFP통신에 “약탈하려는 사람들로부터 집과 차를 지키고 있다”면서 “우리는 악몽을 겪고 있다. 당국이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생존자들이 약탈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하타이에서 가전제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니자메틴 빌메즈씨는 AFP통신에 “아기용 물티슈나 음식과 물을 약탈하는 건 정상이다. 지진이 나고 처음 며칠간은 구호품이 전혀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보안 당국은 이날 건물을 약탈하거나 피해자들에게 전화사기를 치려고 한 혐의로 48명을 체포했다. 이번에 체포된 약탈자 중 2명은 하타이로 향하던 구호품을 실은 트럭 6대를 약탈하려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날 동남부 도시 디야르바크르를 찾아 “약탈이나 납치 등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은 국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튀르키예 정부는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황에서 약탈 용의자에 대한 법정 구금 기간을 사흘 늘리는 등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튀르키예 당국은 지진 피해를 본 10개 지역의 건물 13만3000채를 점검한 결과 12만617채가 심각한 피해를 보아 사용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지진으로 무너지지 않았더라도 안전 점검을 통과하지 못한 건물도 수천 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누 아슬란 튀르키예 환경부 건설업무부장은 아나돌루통신에 “조사 결과 수천 채의 건물이 비록 무너지지는 않았더라도 안전상의 문제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