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m News

‘시체서 보석 훔쳤다’ 루머까지… 시리아 난민들 눈물


대지진으로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튀르키예에 거주하는 시리아 난민들은 혐오와 차별에 따른 고통까지 겪고 있다. 12년간 이어진 내전에서 여러 차례 죽음의 위기를 경험한 그들은 이번 지진으로 삶이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고 말한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시리아 알레포시에 살던 힌드 카이두하(37) 가족은 계속된 내전으로 두 차례 피난했다. 그녀는 내전 과정에서 집이 얼마나 쉽게 붕괴하는지 알게 됐고, 사람들이 잔해 속에 갇히는 모습을 수없이 지켜봤다. 2년 전 튀르키예 남부 안타키아에 터전을 잡은 뒤 마침내 트라우마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주일 전 발생한 강진으로 그녀는 다시 모든 것을 잃었다. 살던 아파트는 완전히 무너졌고 가족은 순식간에 길바닥으로 내몰렸다. 차가운 비를 맞으며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던 그의 가족은 현재 운영이 중단된 세차장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전을 피해 튀르키예로 간 시리아 난민들에게 더 심각한 문제는 혐오와 차별이다. 이들은 처음엔 튀르키예 정부의 개방 정책으로 큰 환영을 받았다.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는데도 적절한 기회를 보장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튀르키예 경제가 급격히 침체하면서 차별과 맞서야 했다.

특히 지진 발생 이후에는 튀르키예 내부에 있던 난민 혐오 정서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카이두하는 “지금 우리는 튀르키예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위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안타키아의 튀르키예 주민들은 시리아인들이 시신에서 보석을 약탈하거나 훔쳤다는 근거 없는 비난을 퍼뜨리고 있다고 한다. 튀르키예 여성인 툴린 쿠세이는 NYT에 “나는 더는 안타키아에 시리아 이민자들이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 세금으로 시리아인을 돕는 대신에 그들이 튀르키예인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군 세력이 장악한 시리아 북서부의 주민들도 이번 강진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구호물품 수송과 구호대의 원조가 늦어지고 있어서다. 유엔의 인도주의 담당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시리아 정부 지역에서 반군 지역으로 넘어가기까지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시리아 반군)의 승인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 브사니아 마을에서 실종된 13세 아들을 찾고 있는 아부 알라는 BBC에 “그들(국제사회)은 단지 ‘우리는 당신과 함께 있다’고 말했을 뿐 다른 것은 없었다”며 “장비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BBC는 “몇몇 스페인 의사를 제외하고 시리아 브사니아 마을에 도착한 국제 원조팀은 없었다”며 “시리아 사람들은 국제사회에 버림받고 무시당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고 전했다.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은 이 같은 시리아의 상황을 전하며 이번 지진으로 시리아에 콜레라가 창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아동기금 소통 담당관인 에바 하인스는 “시리아인 절반 이상이 안전하지 않은, 대안적 물 공급원에 의존하기에 콜레라 같은 수인성 급성 전염병에 더욱 취약하다”고 말했다.

박재현 백재연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