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됐다. 한·미·일 등 서방 국가들은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며 의장 성명 채택 등 안보리 차원의 공식 대응을 요구했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감싸며 이를 거부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북한의 2월 18·19일 3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면서 “우리의 실패는 거부권을 행사하는 두 상임이사국(중국·러시아) 탓”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이빙 중국 부대사는 “올해 초부터 미국과 그 동맹들이 한반도 주변에서 북한을 겨냥한 연합 군사활동을 증강하고 있다”며 “당사국들은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의가 성과 없이 끝나자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한·일 등 11개국을 대표해 북한을 규탄하고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는 장외 성명을 낭독했다.
북한의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를 두고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사용해온 고각 발사 방식으로는 재진입 기술을 제대로 검증하기 어렵다고 평가했지만,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관련 기술을 이미 확보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소장은 21일 미국의소리(VOA)방송 인터뷰에서 “ICBM을 만든 나라 중 재진입체를 확보하지 못한 나라는 없고, 북한은 이미 2016년 재진입체의 지상시험을 했다”고 말했다. 반 밴 디펜 전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도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을 견딜 수 있는 정도의 탄두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ICBM은 탄두부를 포함한 재진입체가 최고 고도에 도달한 후 낙하하는 단계에서 대기와의 마찰로 인한 고열과 압력을 견뎌야 재진입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북한은 지리상 제약 등으로 ICBM을 정상 각도로 쏘지 않고 고각으로 발사해 왔다. 루이스 소장은 “재진입체가 고각 발사에서 살아남는다면 정상 궤도의 시험에서도 생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실질적으로 증명된 내용이 없어 재진입이 가능하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만약 북한이 재진입 기술까지 확보했다면 실제로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곧 보면 알게 될 일”이라고 말한 바 있어 조만간 북한이 정상 각도로 ICBM을 쏠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정우진 신용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