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가 된다는 소문을 접한 사람들이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공상과학(SF) 소설을 출판 사이트에 대거 제출하자 해당 사이트의 작품 접수 자체가 중단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SF소설을 응모받아 온라인으로 발간하는 웹사이트 ‘클락스월드’(Clarkesworld)가 작품 접수를 중단했다”거 보도했다. 미국 스타트업 오픈AI의 대화형 AI 챗GPT 등을 활용한 작품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로 제출돼 웹사이트가 아예 마비된 탓이다.
클락스월드는 신인 작가의 SF 단편을 접수해 심사를 거쳐 발간하고 원고료를 지급하는 온라인 출판 사이트다. ‘SF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에 수차례 후보로 올랐던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윤하도 이 사이트를 통해 작품을 낸 바 있다.
클락스월드 창업자이자 발행인 겸 편집장인 닐 클라크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지난해 챗GPT가 출시돼 AI 언어모델이 주류로 떠오른 뒤 AI가 만든 SF 단편이 접수됐다가 표절 등으로 거부되는 사례가 급증했다”며 “평소처럼 일을 지속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밝혔다.
월간 접수 작품 가운데 표절 등 이유로 거부되는 작품은 통상 10편가량이다. 올해 들어서는 거부 작품이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달에만 100편이 거부됐다. 아직 월간 집계도 끝나지 않은 이달에는 무려 500편에 대한 거부 조치가 내려졌다.
클라크 발행인은 “AI가 쓴 작품들이 너무 많이 접수돼 편집진이 감당할 수 없는 상태”라며 “1~2월에 거부된 작품을 낸 신청자는 앞으로 다시 작품을 제출하지 못하도록 저자 자격을 금지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의 원인에 대해 클라크 발행인은 “인플루언서들이 AI를 이용해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부추기면서 발생한 것 같다”며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은 (SF나 판타지) 커뮤니티에 속해 있지도 않은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편집자들에게도 연락해보니 현 상황은 나만 겪는 것이 아니었다”며 창작 업계 전반이 생성형 AI 기술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현상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해법도 없는 상태”라며 “이런 상황이 신인이나 국제 작가들이 작품을 내는 데 더 많은 장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생성형 AI 기술이 ‘창작자’로 둔갑한 사례는 소설 외 분야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열린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는 AI로 제작한 작품이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하자 수상의 적절성에 대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류동환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