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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물가상승에 ‘도요타’ 20년 만에 최대 임금인상 단행


도요타자동차가 20년 만에 가장 높은 임금 인상을 단행했다.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물가상승률에 준하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가운데 이뤄진 결정으로, 일본 최고 매출 기업인 도요타의 움직임이 다른 기업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2일 일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도요타는 이날 임금 인상과 성과급 지급에 대한 노조의 요구를 전면 수용한다고 밝혔다. 도요타 노조 연맹은 인상률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20년 만의 가장 높은 인상이라고 밝혔다. 도요타 노사는 6~7개월분 임금에 해당하는 성과급 지급에도 합의했다.

도요타는 지난해 신차 판매량이 1048만대로 세계 1위를 지켰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반도체 공급난으로 2021년에 비해 1만2500대 감소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제너럴모터스(GM)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그런데도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를 받아들인 이유는 이례적인 물가상승률 때문이다.

일본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오르면서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기와 가스요금이 1년 전보다 20% 상승했고 가공식품 가격은 1976년 이후 최대 폭으로 급등했다.

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이 감소하자 일본 정부는 기업 압박에 나섰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달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속 가능하고 강력한 성장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든 임금을 인상하겠다”며 기업들에 물가상승률을 초과하는 임금 인상이 이뤄지도록 협력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기업들이 줄줄이 파격적인 임금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지난달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의 본사 패스트리테일링은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다음 달부터 일본에서 근무하는 직원 8400여명의 연봉을 최대 40%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비디오 게임 업체 닌텐도는 올해 연간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음에도 직원들의 급여는 10% 인상하겠다고 했다. 전자제품 제조업체 캐논도 20년 만에 처음으로 전 직원 2만5000여명의 기본급을 7000엔 일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력 부족도 임금을 오르게 하는 요인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오랫동안 진행된 일본은 직업을 구하는 사람보다 직원이 필요한 회사가 더 많아진 상황이다. 엔화 약세로 외국인 노동자마저 일본을 떠나면서 노동력 부족은 심각해지고 있다. 노무라 연구소는 오는 2030년 일손 1047만명이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도요타의 결정은 다른 노사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약 35만7000명이 속해있는 도요타 노조는 일본 최대 규모 노조 중 하나로 매년 2월 시작되는 춘계 노사 협상(춘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사히신문은 “국내 최대 기업인 도요타가 앞장서 임금 인상을 결정함으로써 업계 내외에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성장이 둔화한 상황이므로 임금 인상은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