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해고가 이어지면서 전문직 비자를 가진 외국인 노동자들이 추방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 보도했다.신문은 구글과 메타, 아마존 등 빅 테크 기업에서 수천 명씩 해고되는 등 IT(정보기술) 업계 전체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전문직 취업비자(H-1B)를 가진 외국인 노동자도 다수 해고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전했다.인도인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H-1B 비자 노동자들은 취업 기간에만 미국에 머물 수 있으며 실직한 경우 60일 안에 새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추방된다.빅테크에서 해고된 이민 노동자들은 추방을 면하려고 새 직장을 구하고 있지만, IT업계에서 일시에 대규모 해고가 이뤄져 재취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최근 미국 온라인 결제서비스업체 페이팔에서 해고된 인도 국적의 인두 부샨(36)은 “미국 전역에 해고자가 넘쳐나고 모두가 일자리를 찾고 있다”며 “아내가 곧 아이를 낳을 예정이어서 더 속상하다”고 말했다.2013년 뉴욕공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지금까지 H-1B 비자로 일해온 그는 “새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하다”며 회사가 비자를 유지해주기로 한 5월 중순까지 새 직장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아마존에서 해고된 다른 인도인 노동자(35)는 “채용 담당자들의 구애를 받으며 취직했는데 이제 추방되지 않기 위해 직장을 찾고 있다”며 “회사들은 내가 절박하다는 걸 알고 있고 내게는 협상력이 없다”고 우려했다.전문직 취업비자를 둘러싼 이런 혼란에 대해 일부 민주당 의원들과 사회단체는 국토안보부와 이민국(USCIS)에 H-1B 비자 소지자가 직장을 잃을 경우 미국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을 60일에서 120일로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그러나 우르 자두 이민국장은 애나 에슈(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유예기간 연장에는 제도 개정이 필요하다며 해고된 이민 노동자들은 대신 관광비자 같은 다른 비자를 신청해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실리콘밸리가 지역구인 애슈 의원은 그러나 “자두 국장의 서한은 해고된 전문기술직 이민 노동자들이 직면한 문제에 전혀 답을 주지 못한다”며 “지금은 긴급상황이고 그들에게는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얼마나 많은 H-1B 비자 소지자가 해고를 당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현재 미국 정부가 연간 내주는 H-1B 비자는 8만5천 개이며 신청자 중 75% 정도는 인도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 국토안보부의 2019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H-1B 비자 소지자는 모두 6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WP는 또 정부가 매년 14만여 명에게 고용 기반 영주권을 부여하면서 특정 국가 신청자가 전체의 7%를 넘지 못하게 제한하는 점도 인도인들이 다른 나라 출신자들보다 더 많이 추방 위험에 직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H-1B 비자 소지자가 월등히 많은 인도인의 경우 영주권을 받기까지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WP는 이민 관련 단체 등이 국가별 영주권 신청자 제한을 없애라고 요구하고 있고 의회도 수년간 국가별 영주권 신청자 수를 늘리거나 상한선을 없애려 시도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이견으로 실패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