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동쪽 해안에서 아랍 국가 등의 난민을 태운 선박이 부서져 최소 33명이 숨졌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로이터·AFP 통신은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서남부 칼라브리아주(州) 동쪽 해안 부근에서 난민을 태운 선박이 사고를 당해 최소 33명이 숨졌다고 이탈리아 소방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소방당국은 이날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난민을 태운 선박이 칼라브리아 동쪽 바다에서 난파하면서 사망자들이 나왔으며 약 40명의 생존자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안크로노스 등 이탈리아 뉴스통신사들은 이란과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지의 난민·이주자들을 태운 선박이 해안에서 좌초됐으며 칼라브리아주 크로토네 지역의 해변으로 떠내려온 약 27구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매체들은 난파된 배에 100명 이상이 타고 있었고, 일각에선 180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고 전했다. 시신이 수습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한 사망자는 현재 33명으로,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사망자 중에는 배에 함께 탔던 어린이와 아기 등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당국은 해안 수색과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탈리아 남부는 지중해를 통해 유럽에 들어가려는 난민 선박들이 입항을 시도하는 주요 경로 가운데 하나다. 사고 선박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아직 불확실하나 이탈리아 칼라브리아주에 닿는 이주자 선박은 보통 지중해 동부 터키 혹은 반대편인 서부의 이집트 해안에서 출발한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이번에 난파된 배가 따랐을 것으로 보이는 지중해 중부 항로는 선박 사고 위험이 자주 발생하는 경로로도 알려져 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지중해 중부에서 난민 선박 사고로 2만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이탈리아는 국제적인 논란에도 난민 구조선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제구호단체가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의 구조 활동 횟수를 1회로 제한하고 이주민을 구조한 뒤에는 지체 없이 지정된 항구로 향해야 하며 구조선을 운영하는 국제구호단체는 구조 활동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극우 성향의 이탈리아 정부 마테오 피안테로시 내무장관은 “불법적인 이주 채널을 단호하게 차단할 필요성을 확실하게 보여준 비극”이라고 성명에서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간 불법수송 및 밀거래자들이 유럽에 가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신기루 환각을 심어주면서 자신들만 돈을 벌고 오늘 같은 비극을 양산하고 있다”면서 “지중해 횡단 불법이주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