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5년 발생한 흑인 인권운동가 말콤 엑스 (Malcom X) 피살 사건과 관련해 유가족이 그 배후를 경찰 등 정부기관으로 지목하고 1억달러 규모 소송에 나섰다.
X의 자녀 일랴사 샤바즈 (Ilyasah Shabazz)는 아버지의 기일인 지난 21일 58년 전 피살 현장인 뉴욕 맨해튼 말콤X 기념관에서 정부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사전 통지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샤바즈는 자신의 아버지를 암살하기 위해 정부기관이 공모하고 실행했다는 증거를 부정하게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소송 대상으로는 NYPD와 연방수사국 FBI, 중앙정보국 CIA 등의 이름이 올랐다.
유족 측 변호사인 벤저민 크럼프(Benjamin Crump)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당시 정부기관 인사들이 말콤 X 암살을 위해 음모를 꾸몄다고 주장하며 존 에드거 후버(J. Edgar Hoover) FBI 초대 국장 등을 언급했다.
변호인은 방아쇠를 당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에 제한된 것이 아니라 이들의 배후에서 비열한 행동을 한 사람들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NYPD와 FBI, CIA 모두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말콤 X는 급진파 흑인 해방운동가이자 이슬람 운동가로 흑인 이슬람 종교 단체인 ‘네이션 오브 이슬람 (Nation of Islam)’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과격한 백인 배척론을 펼쳤다.
하지만 12년 후 당시 회장과 불화를 겪고 탈퇴해 ‘아프리카계 미국흑인통일기구’를 설립했다.
하지만 1년쯤 후인 1965년 2월 21일 뉴욕 할렘에서 연설을 준비하던 중 네이션 오브 이슬람 회원 세 명이 쏜 21발의 총에 맞아 39살의 나이로 암살 당했다.
당시 2살이었던 딸 샤바즈는 아버지의 피살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1명은 군중에 붙잡혔고 나머지 두 명 또한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들 중 한 명은 범행을 인정했고 나머지 두 명은 무고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2021년 맨해튼 지검 재수사 과정에서 뉴욕경찰과 FBI가 이들이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를 숨긴 사실이 밝혀지면서 법원이 유죄 판결을 기각해 석방됐다.
말콤 X 암살 사건 이후 3년 후인 1968년 4월,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Martin Luther King, Jr)이 테네시주 멤피스 한 모텔에서 암살 당한 것이다.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세계가 주목하던 킹 목사에게 총격을 가한 것은 당시 40살 보수 성향의 제임스 얼 레이 (James Earl Ray)였다.
백인 우월주의자였던 제임스는 범행 후 위조 여권을 이용해 유럽으로 도피했지만 2달이 지나고 런던에서 미국으로 압송됐다.
제임스는 자신이 마틴 루터 킹 주니어에게 총격을 가한 범인임을 인정했고 재판에서 99년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판결 사흘 후, 자신의 단독 범행임을 진술했던 레이가 이를 번복하며 무죄를 주장하면서 킹 목사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제임스가 자신의 자백이 강요에 의한 것이었고 배후에 ‘거대한 힘’이 존재하고 진범이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1998년 4월 복역 중 질병으로 사망하면서 이와 관련된 진술은 미궁에 갇혔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 유가족들은 조직적인 음모에 따라 살해됐다고 믿고 있다.
유가족 변호사인 윌리엄 페퍼 (William Pepper)는 FBI를 비롯해 CIA, 군 정보기관, 마피아까지 킹 목사 암살과 관련돼 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1999년에는 킹 목사 암살 사건을 재심한 셀비 카운티 순회법원에서 흑인과 백인 6명씩 포함된 배심원단이 99년 징역형을 받은 제임스 얼 레이를 단독범으로 기소한 것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유가족들이 상징적으로 요청한 100달러 배상금 지급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