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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 ‘잠룡’ 디샌티스, 보수 성교육 반대한 디즈니에 보복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를 운영해왔던 월트디즈니컴퍼니(이하 디즈니)가 56년간 누려온 특권을 빼앗기게 됐다. 플로리다주가 추진하는 보수적인 성교육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데 따른 보복이다.

로이터통신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가 디즈니의 디즈니월드 자치권을 박탈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법안에는 플로리다 주의회가 디즈니월드 소속 지구인 리디크리크를 감독할 이사진 5명의 지명 권한을 주지사에게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명칭을 ‘리디크리크 개선지구’(RCID)에서 ‘중부 플로리다 관광 감독 지구’(CFTOD)로 바꾸는 안도 포함됐다.

이사회는 디즈니월드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콘텐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신 호텔 신축이나 추가 연결도로 건설, 시설 확장 등 디즈니월드 개발에 의결권을 가진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올랜도 디즈니월드 일대에 지정된 특별행정지구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 것이다.

디즈니는 1967년 플로리다에 토지를 매입하면서 주의회를 설득해 특별지구로서 준정부기관처럼 사업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이 권한으로 허가 없이 부지를 개발하거나 세금을 부과했다.

특별지구 지정은 디즈니가 올랜도에 대형 레저 복합단지를 개발, 확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71년 개장한 올랜도 디즈니월드는 현재 4개 테마파크와 20여개 대형 숙박시설을 운영하며 7만5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2021년에는 3620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했다.

50년 넘게 누려왔던 특권은 지난해 주의회가 제정한 ‘동성애 교육 금지법’에 반기를 들면서 내려놓게 됐다. 이 법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에게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관한 교육을 금지토록 한다. 보수 성향의 공화당이 우세한 플로리다주에서 처음 도입했다.

애초 디즈니는 이 법안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 성 소수자 혐오를 방관한다는 비난이 일고, 직원들도 사측에 목소리를 낼 것을 요청하면서 입장을 선회했다.

밥 체이펙 당시 최고경영자(CEO)가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 법은 퇴출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격분한 디샌티스 주지사는 직접 주의회에 디즈니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을 박탈하도록 요청했다. 사실상의 보복으로 볼 수 있다.

플로리다 주의회는 지난해 4월 디즈니에 제공한 혜택을 박탈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곧바로 서명했고, 이 법은 올해 6월 발효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특별지구가 해제되면 시민들의 증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디즈니가 특별지구가 자율권을 가진 만큼 소방·도로 유지관리 등 비용을 사실상 직접 부담해왔던 데다 특별지구에 12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플로리다 주의회는 RCID의 특별지구의 기존 재정적 혜택을 대부분 유지하는 대신 주(州)의 통제 아래 두는 방식을 택했다.

디즈니가 플로리다주에서는 정치자금을 풀지 않겠다고 밝힌 것 역시 디샌티스 주지사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는 2020년 대선 때 공화당과 민주당에 2000만 달러(약 247억원)를 제공한 정치 자금계의 큰손이다. 2024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협할 공화당 ‘잠룡’으로 불리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그간 디즈니를 겨냥한 압박을 주도해왔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날 올랜도의 부에나 비스타 호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 왕국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한 테마파크에만 자체 정부를 허용해 다른 테마파크와 다르게 취급할 수 있느냐”며 “그것은 좋은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