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친러시아 성향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을 겨냥해 “세계 경제의 정치화, 도구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와 인접한 카자흐스탄을 처음 방문해 중앙아시아 5개국과 외교장관 회담에 나서면서 미·중 세 대결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1일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정치적 해결 방향을 견지하고 일체의 냉전 사고를 버리고 각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존중해 지속가능한 유럽 안보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러 제재망을 촘촘히 하고 있는 미국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중국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을 맞아 발표한 정치적 해결에 대한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절친’으로 불릴 정도로 가깝다. 그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자국 영토를 러시아 부대 집결지로 사용하도록 허락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충돌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지만 러시아와의 밀접한 관계 때문에 서방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과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회담을 한 데 이어 5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이번 회담에선 전천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양국 관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는 방안과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직접 대화를 제안하며 평화 중재자를 자처했지만 미국 등 서방은 중국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대러 제재 전선을 공고히 하는 데 주력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 참석에 앞서 28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 정부 고위 인사가 중앙아시아를 찾은 건 처음이다. 블링컨 장관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 외교장관과 개별 회담 및 집단 토론을 진행했다. 그는 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흔들리면 러시아가 더 대담한 짓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돕지 말라고 촉구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