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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 또 늘려 美와 군비경쟁… 투쟁정신 강조 대만 압박


중국 정부는 올해 국방 예산을 지난해보다 7.2% 늘어난 1조5537억 위안(293조원)으로 책정했다.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이고 이로 인한 미국과의 갈등 격화 등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재정부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올해 예산안을 보고했다. 국방비 지출 예산은 지난해보다 7.2% 늘었다. 중국은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국방 예산을 전년 대비 7.5% 증액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증액률이 각각 6.6%, 6.8%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7.1%로 올랐고 올해는 이보다 조금 더 높아졌다. 중국 국방 예산은 2016년부터 8년 연속 한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국방 예산 7.2% 증액은 중국 군사 전문가들의 전망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들은 대만 문제와 미·중 갈등 등 불안정한 안보 상황에서 새로운 무기와 장비를 조달하고 실전 위주의 훈련을 강화하려면 군사비를 대폭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올해 국방 예산을 달러로 환산하면 지난해보다 적다”며 “중국은 안보상의 필요와 경제 발전에 따라 적정한 수준의 군사 지출을 유지하겠지만 서방 국가들이 좇는 군비 경쟁의 사악한 길을 걷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국방 예산을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2248억 달러로 지난해 2290억 달러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0%에 그쳤다는 점, 올해 성장률 목표도 199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설정한 점 등을 고려하면 증액 폭이 작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리커창 총리는 이날 정부 업무 보고에서 “시진핑 주석의 강군 사상을 철저히 관철하고 2027년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투 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시 주석이 집권 3기 마지막 해이기도 한 이때 대만 통일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시 주석은 3연임을 확정한 지난해 10월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리 총리는 이날 전국 재정 지출의 70% 이상을 민생에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 집권 3기 지도부가 공식 출범하는 올해 주택 지원, 일자리 창출, 교육 서비스 강화, 의료 지원 확대 등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과학 기술 자립과 공급망 확대를 강조하면서 “전국적으로 자원을 동원하는 시스템을 개선하고 기술 혁신을 이루기 위한 정부 역할을 잘 활용하며 기업이 혁신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대만 독립 반대, 통일 촉진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평화 통일 프로세스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개막한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회의에선 왕양 주석이 “투쟁 정신을 발양하고 국가 주권을 굳건히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홍콩 명보는 “현재 관점에서 홍콩 문제는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해결됐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투쟁 정신이란 주로 대만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의 중국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중국은 대만인들이 중화민국의 주권, 민주주의, 자유를 고수하는 것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