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의 99%가 안전 기준치를 초과한 초미세먼지(PM2.5)에 노출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궈 위밍 호주 모나시대 공중보건·예방의학대학원 교수팀은 지난 7일(현지시각) 학술지 ‘랜싯플래니터리헬스(Lancet Planetary Health)’에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5㎍/㎥) 이하인 곳은 0.18%뿐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지역에 사는 인구는 세계 전체 인구의 0.001%에 불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초미세먼지(PM 2.5)는 입자 크기가 2.5㎛ 이하인 대기오염 물질로, 폐암, 심장질환 등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초미세먼지의 안전 기준은 연평균 5㎍/㎥, 일일 평균 15㎍/㎥이다.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전 세계 65개국 5446개 측정소에서 2000~2019년 수집한 초미세먼지(PM 2.5) 대기오염 데이터에 머신 러닝 기술을 적용해 지난 수 십년간 대기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주는 지도를 제작했다.
그 결과 인구 수를 반영한 전 세계 초미세먼지 농도는 연평균 32.8㎍/㎥으로 추정됐다. 오염이 가장 심한 지역은 동아시아(50.0㎍/㎥)였고 이어 남아시아(37.2㎍/㎥), 북아프리카(30.1㎍/㎥)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한국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40.0㎍/㎥(2000년), 40.1㎍/㎥(2010년), 40.3㎍/㎥(2019년)으로 점차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초미세먼지 노출 일수는 351일(2000년), 337일(2010), 319일(2019년)로 감소했다.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WHO 기준(5㎍/㎥ 이하)을 충족하는 청정지역은 2019년 기준 세계 육지 면적의 0.18%에 불과하며,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도 세계 인구의 0.001%(10만 명당 1명꼴)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0년간 아시아 대부분과 북아프리카 등의 초미세먼지 일일 평균 오염도가 높아졌으며 이들 지역에선 1년 중 초미세먼지 일일 평균 농도가 WHO 기준(15㎍/㎥)을 넘어선 날이 7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시아와 동아시아 지역만 국한해서 보면 PM2.5 일일 평균 농도가 WHO 기준(15㎍/㎥)을 넘는 날이 1년 중 9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는 규제 강화로 인해 같은 기간 PM2.5 일일 평균 오염도와 WHO 기준 초과 일수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궈 위밍 교수는 “이번 연구가 중요한 까닭은 대기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제공하기 때문”이라면서 “정책 입안자들과 공중보건 공무원, 연구자들이 대기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장단기 영향을 잘 평가해 대책을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