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72) 회장이 지난 3년 동안 자사 제품의 부품 1만3000여개를 국산으로 교체하고 회로기판 4000여개를 재설계했다고 밝혔다. 자체 기술 개발로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에 맞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20일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런 회장은 지난달 24일 한 세미나 연설에서 “기술을 자체 개발한 뒤 회로기판 생산이 안정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화웨이가 미국과 충돌하기 전까지 나는 서양 기술 옹호자였다”며 “그런데 갑자기 제재를 받았고 미국에서 생산되는 부품과 장비를 공급받을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머리가 하얘졌다”고 덧붙였다.
이어 “화웨이는 지난해 연구개발(R&D)에 238억 달러(약 31조원)를 투자했다”며 “수익성이 개선되면 R&D 지출을 계속 늘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화웨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때인 2019년 5월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수출 금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5G 분야의 핵심 기술이 들어간 부품이 제한 대상이 되면서 매출 감소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듬해 9월에는 미국 장비를 사용해 부품을 생산한 외국 기업도 미 상무부의 승인 없이 화웨이와 거래를 하지 못하게 됐다.
바이든 정부에서는 제재가 더 강화됐다. 미국은 현재 4G용 반도체 등을 화웨이에 수출하고 있는 퀄컴이나 인텔 등 자국 기업에 수출 라이선스를 부여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런 회장은 챗GPT 열풍과 관련, “그 분야는 우리가 뛰어들 대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