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졌다. 30살 연하의 남자와.”
이 같은 문구와 함께 한국 아이돌 그룹 ‘원어스(ONEUS)’의 노래를 들으며 행복해 하는 일본인 여성이 등장한다. 택시 기사로 일하며 10대 딸을 둔 한 이 여성은 ‘원어스’의 멤버 ‘여환웅’에게 빠졌다. 캐릭터 키링을 택시에 달고, ‘환웅이 포스터’로 방을 도배하고, 혼자 신오쿠보의 아이돌 카페에 가 한국식 디저트를 먹으며 행복해한다.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인 일본 한 업체의 광고 영상 속 장면이다. 일본 최대 도시가스 업체 도쿄가스라는 점으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의 덕질은 서울에서 열리는 원어스 음반 발매 기념 콘서트에 당첨되며 절정에 오른다. 그러나 서울에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그의 바램은 기침하는 한 택시 승객을 태운 뒤 코로나19에 걸려 좌절되고 만다.
그런 엄마를 안타깝게 여긴 딸은 한국식 삼계탕을 끓여주며 간호한다. 딸의 ‘덕질 응원’을 받은 엄마가 다시 힘을 내는 내용으로 광고는 끝난다.
이 광고는 현재 도쿄가스 공식 유튜브에서 조회수 10만회를 기록할만큼 반응이 좋다. 엄마 역할을 맡은 안도 타마에가 리트윗한 게시물은 48만2700명이 시청했고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리트윗되고 있다.
“영상 속 엄마가 끼고 나온 마스크도 한국의 KF 마스크를 사용했다. (광고)퀄리티가 높다”, “도쿄 가스와 별로 관계가 없어보이지만 재밌다” 등 반응도 다양하다.
한국과 관련 없는 일본의 내수 대기업이 한류를 주제로 한 광고를 낸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영상 속 삼계탕을 끓이는 장면 외에 도쿄 가스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장면은 없다.
영상이 올라온 시점이 한일정상회담 직후라는 점도 관심받는 요소 중 하나다.
김경희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 대중문화연구 교수는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일본 기업들이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보다 스토리를 광고에 반영하며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쌓고 있는 추세”라면서도 “정부와 밀접한 국영기업이 한류를 긍정적으로 다루며 광고하는 건 최근 일본 내에서 한국에 대한 분위기가 풀리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