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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벨라루스에 전술핵 배치 결정… “미국과 똑같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동맹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맞대응 성격으로 전술 핵무기 배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핵사용 징후가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내놨다.

푸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TV와 인터뷰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이 문제(전술 핵무기 배치)를 논의했고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AFP통시 등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구체적인 시기는 언급하지 않고 “모든 합의는 가까운 장래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특별한 일이 아니다. 미국은 수십 년 동안 그렇게 해왔다. 그들은 오랫동안 동맹국의 영토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해 왔다”며 “핵비확산 합의에 관한 국제적인 의무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미국과 똑같이 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또 “핵무기를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처럼 무기를 배치하는 것”이라며 “무기의 통제권은 러시아가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가 미국 등 서방의 조치에 대한 대응 성격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열화우라늄탄을 제공할 것이라는 국방부 부장관이 성명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영국이 제공하려는 열화우라늄탄에 핵물질이 들어 있다고 주장하며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 미사일 다수와 10대의 항공기를 벨라루스에 이미 주둔시켰고, 오는 7월 1일까지 전술 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일 운용 등을 위한 벨라루스군 훈련도 다음 달 3일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벨라루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투비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초기지로 벨라루스를 활용해 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내린 가장 중요한 무기 조치”라고 설명했다.

빈 군축·비확산센터(VCDNP)의 니콜라이 소콜 선임연구원은 “러시아가 자국 영토 밖에 핵무기를 두지 않았다는 점을 자랑으로 여겨왔던 것에서 매우 커다란 변화”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국외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한 적이 없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한스 크리스텐슨 국장은 “나토를 위협하려는 푸틴의 게임”이라며 “러시아 내에 이런 핵무기가 매우 많이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벨라루스 배치에 딱히 군사적 효용이 없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지원을 막기 위해 핵 위협을 고조하려는 경고성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정연설에서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도 미국에 대한 상응 대응을 언급했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는 1년 이상 지속한 우크라이나 침공이 주춤해지자 반복적으로 핵 위협에 의존해왔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푸틴 대통령 발언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에드리엇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 1년간 이번 합의에 대해 논의해 왔다”며 “우리는 우리의 전략적 핵 태세를 조정할 어떤 이유도,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는 어떤 징후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왓슨 대변인은 “우리는 나토 동맹의 집단 방어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 재무부는 전날 루카셴코 대통령 전용기를 추가 제재 명단에 올렸다. 해당 비행기는 보잉737 기종으로 루카셴코 대통령 일가가 공무를 포함해 사적으로 외국을 방문할 때에도 사용된다. 재무부는 이와 함께 벨라루스의 대형차 제조업체 두 곳에 대한 제재도 발표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