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상업용 부동산(CRE) 위축이 금융시장 위기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연준 위원은 은행 시스템 위기가 신용경색을 불러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였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내년까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CRE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 CRE 대출 시장 규모는 5조6000억 달러(약 7282조원)다. WSJ에 따르면 향후 3년 동안 만기가 돌아오는 CRE 부채는 1조5000억 달러(약 1952조원)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공실률이 높아진 데다 대출금리가 상승해 차입비용이 늘었다는 데 있다. 더욱이 부동산 시장은 둔화하고 있다.
여기에 은행 시스템 불안이 확산하면서 신용경색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 CRE 대출의 70%가량은 중소은행이 도맡아 왔다. 재정건전성을 우려한 중소은행이 대출을 축소할 경우 CRE 시장에 연쇄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 글로벌 채권 운용사 핌코와 부동산투자신탁 컬럼비아 트러스트 등은 지난달 말 7개 건물에 대한 17억 달러 대출 채무를 불이행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CRE 채무 증권의 미실현 손실은 지난 분기 430억 달러였다.
연준의 매파로 꼽히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CBS방송 인터뷰에서 “장기물 국채에 노출된 은행들에 듀레이션(잔존기간) 리스크가 있고 은행 부문의 많은 상업용 부동산 자산에서 일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최근 은행권 위기로) 확실히 경기침체에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미 은행 시스템 내부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도화선이 된 미실현 손실 위험과 연준 긴축에 따른 상업용 부동산 위기 가능성이 계속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카시카리 총재는 다만 “은행 시스템은 이러한 압력을 견딜 수 있는 충분한 자본을 갖고 있으며, 탄력적이고 건전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미 ‘돈맥경화’를 느끼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자체 집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해 기업들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197억 달러(지난 24일 기준)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확보한 653억 달러보다 70% 감소한 수치다.
한편 파산한 SVB의 모든 예금과 대출을 미 중소은행인 ‘퍼스트 시티즌스’가 인수하기로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