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상하이와 인근 주요 도시에 대한 봉쇄가 3주째 이어지자 부유층을 포함한 현지 주민들의 이민 문의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력한 방역 정책으로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식료품 등 생활필수품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자 현지인들이 다른 나라로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 시간) 인구 2600만명의 상하이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이민 컨설팅 문의가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봉쇄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환멸을 느낀 중국인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FT는 12곳이 넘는 이민 컨설팅업체를 인용해 코로나19 유행 이후 해외에서 중국인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자 이민 계획을 미뤘던 중국 부유층이 다시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에 반발해 이민 문의가 급증했다고 한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이민 서비스 회사인 QWOS의 한 직원은 FT에 “토요일에 200건이 넘는 상담을 했다”며 “너무 문의가 많아 만족할만한 상담을 해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이민 컨설팅 회사 사장인 루시 왕도 “문의 전화가 빗발쳐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FT는 “중국의 부자들이 이민을 떠나려 하는 것은 상하이 봉쇄 장기화로 상하이 주민들의 기본권이 유린된 것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라며 “상하이 주민들은 식량난은 물론 기본적인 상비약도 얻지 못한 채 철저한 자가 격리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을 원하는 중국인의 상당수는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싱가포르와 아일랜드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캐나다 등은 최근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더 이상 선호 지역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SNS 위챗의 검색지수에서도 ‘이민’에 대한 검색이 지난달보다 7배 이상 늘었다고 FT는 보도했다.
이를 두고 현지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의 한 누리꾼은 “코로나19 유행 초기 중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티켓 가격이 얼마나 비쌌는지 잊었느냐”며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방역정책을 펼치는 중국으로 돌아오고 싶어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누리꾼은 “나는 오히려 다시 상하이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