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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연행’ 다 빠진 日 새 교과서… 올해 한곳만 썼다


올해 검정을 통과한 일본 역사 교과서 총 14종 가운데 조선인 동원을 ‘강제연행’으로 쓴 교과서는 단 1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일본 문부성 등에 따르면 기존 일본의 역사 과목 교과서 일본사A·B, 세계사A·B 31종과 최근 검정을 통과한 일본사탐구·세계사탐구 14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

기존에는 일본 고교 역사 교과서 31종 중 21종이 조선인 ‘강제연행’ 또는 ‘연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예컨대 기존 교과서 중 하나인 야마카와출판 일본사A 개정판은 “수십만인의 조선인이나 점령지역의 중국인을 일본 본토 등에 강제연행해 광산이나 토목공사 현장 등에서 일을 시켰다”고 표현했다.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방향으로 교과서 내용이 일제히 바뀐 것은 작년에 있었던 일본 정부의 각의(내각회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작년 4월 27일 각의 결정한 답변서 중 일부에는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이동해 들어온 사람들의 경위는 다양하며, 이 사람들에 대해 ‘강제연행됐다’ 혹은 ‘강제적으로 연행됐다’ ‘연행됐다’고 일괄해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나와 있다.

이번 검정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강제연행, 연행, 종군위안부 등의 표현과 관련해 ‘정부의 통일적인 견해에 토대를 둔 기술이 돼 있지 않다’고 14차례 지적했다.

올해 검정에서 통과한 교과서 14종 가운데 유일하게 조선인 동원을 ‘강제연행’이라고 표현한 다이이치가쿠슈샤의 일본사탐구도 ‘강제연행’ 표현 때문에 검정에서 지적을 받았다.

출판사는 합격 판정을 받기 위해 ‘강제연행’ 표현을 삭제하는 대신 “2021년 4월 일본 정부는 전쟁 중 한반도에서 노동자가 온 경위는 여러 가지이며 강제연행이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각의 결정을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연행에 해당하는 사례도 많았다는 연구도 있다”고 주석을 붙였다.

일본 정부의 주장과 달리 일제강점기에 동원돼 강제노역했던 생존자 다수는 감시와 폭력 굶주림 속에서 위험한 노동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학계 또한 조선인들이 노역을 거부하거나 사업장을 떠날 자유가 없는 강압적인 환경에서 노동했기 때문에 ‘강제연행’으로 볼 수 있다고 대체로 평가한다.

한편 올해 4월 입학한 고등학교 신입생부터는 강제연행 표현이 사라진 새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게 된다. 기존 31종 역사 교과서는 현재 고등학교 2·3학년이 2024년 3월까지 사용한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