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이 후퇴하는 과정에서 국제법상 금지된 집속탄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달 동부 마을 후사리우카 탈환 작전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집속탄을 발사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후사리우카에 주둔했던 러시아군의 야전 본부에서 집속탄에 쓰이는 로켓 파편을 확인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의 집속탄 발사로 인한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속탄은 로켓이나 폭탄에 장착돼 공중에서 수많은 소형 폭탄을 살포하는 방식으로 대량살상 무기로 분류된다. 교전 중인 군인과 민간인의 생명까지 무차별적으로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법에 의해 민간 지역에 대한 집속탄의 사용은 금지된다. 2010년 발효된 오슬로 조약이 이와 관련한 내용을 명문화했다. 오슬로 조약에는 100여개 국가가 참여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가입하지 않았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곳곳을 공격하며 집속탄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디펜던트는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에서 발생한 집속탄 공격으로 부상을 입은 환자를 인터뷰했고, ABC방송은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도로에 집속탄을 사용해 공격한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찍은 현장의 미사일 잔해 사진을 본 무기 전문가들은 이를 토치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했다. 토치카 미사일은 집속탄 장착이 가능한 무기로, 현장 미사일 잔해에는 ‘9M79-1’ 표시가 있다고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MIIS)가 밝혔다. 9M79 시리즈 미사일은 발사 후 7000피트(약 2.1㎞) 상공에서 폭발하면서 집속탄 탄두 안에 있는 50개의 소형 폭탄을 살포하는 무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집속탄 사용을 주장하며 “그들이 저지르는 ‘악’에는 한계가 없다. 이를 처벌하지 않으면 그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한 바 있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와 앰네스티인터내셔널도 러시아가 민간인 대량 살상의 위험성이 높은 집속탄을 쏘았다고 규탄했다.
NYT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침공 이후 후사리우카에서 처음으로 집속탄을 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휴먼라이트워치의 메리 웨어햄은 “우크라이나도 집속탄을 사용했다는 증거가 나와 실망스럽다. 민간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집속탄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