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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 실체 알린 ‘위대한 폭로자’ 대니엘 엘스버그, 타계

1970년대 미국과 세계 역사의 물줄기를  영원히 바꿔 놓은 것으로 평가되는 ‘위대한 폭로자’가 암과 투병하던 중에 별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NY Times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베트남 전쟁의 실태를 처음으로 미국인들에게 알린 군사 전문 분석가 대니엘 엘스버그가 타계했다고 보도했다.

향년 92세다.

미망인과 자녀 등 유족들은 공식성명에서 대니엘 엘스버그가 CA 주 Bay Area, Kensington 자택에서 췌장암과 투병 중에 사망했다고 밝혔다.

유가족에 따르면 대니엘 엘스버그는 지난 3월 지인들,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대니엘 엘스버그는 당시 이메일에서 이미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언급하면서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남았다는 시한부 통보를 의사로부터 전달받았다는 사실까지 알렸다.

그리고 실제로 3개월여만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일리노이 주 시카고 출신의 대니엘 엘스버그는 케임브리지 대학과 하버드 대학을 나온 천재 군사 전문가로 1971년 싱크탱크 Rand 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입수한 베트남 전쟁 관련한 美 국방부 기밀문서를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다.

무려 7,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기밀문서를 NY Times 베테랑 기자 닐 시헌에 전달해 세상에 드러나게했다.

대니엘 엘스버그는 본인이 직접 베트남을 방문한 경험과 각종 기밀 자료들을 접하고 분석하면서 베트남 전쟁의 진실을 알게됐다.

대니엘 엘스버그는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들이 저지르고 있던 온갖 악행과 불법행위 등에 충격을 받고 이를 폭로하기로 결심했다.

그 때까지 미국 정부는 악랄한 집단인 베트공을 상대로 베트남에서 정의로운 전쟁을 수행하는 것으로 포장해서 홍보했다.

이 때문에 베트남 사람들을 위한 전쟁을 하는 것으로 여겼던 미국인들은 대니엘 엘스버그의 폭로로 추악한 베트남 전쟁 실체가 드러나자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집권 세력은 대니엘 엘스버그 악마화에 나서 비애국적 인물이자 간첩으로 규정하고 엘스버그를 간첩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

그리고 기밀문서 내용을 보도한 NY Times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했는데 당시 연방대법원이 수정헌법 1조 언론의 자유를 이유로 NY Times 손을 들어줬다.

이에 위기 의식을 느낀 닉슨 대통령이 대니엘 엘스버그를 비롯해서 정적들에게 무리하게 공격을 가하다가 ‘워터게이트’가 일어나 사임하고 말았다.

대니엘 엘스버그의 베트남 전쟁 폭로는 미국을 극심한 분열로 이끌었고 결국 베트남에서 미군이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갔다.

간첩 혐의 등으로 법무부에 의해 기소된 대니엘 엘스버그는 구속된 상태로 LA 연방법원에서 정식으로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는데 배심원단이 평결을 내리기 위해서 심의에 들어가기 직전에 담당 판사가 불법도청, 엘스버그 측 정신과 의사 사무실 침입 등 연방 정부 위법행위를 이유로 소송을 기각시켜서 석방됐다.     대니엘 엘스버그는 자신이 국방부 기밀문서를 폭로한 이유에 대해 린든 존슨, 리처드 닉슨 등 대통령들이 미국 국민과 의회에 베트남 관련한 진실을 숨기고 전쟁을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하고 톰 행크스와 메릴 스트립 등이 주연한 영화 ‘The Post’가 바로 이 대니엘 엘스버그의 폭로를 둘러싼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