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월북후 북한에 체류하다 추방 형식으로 석방된 트래비스 킹 이병이 71일만에 미국으로 돌아온 가운데 그의 징계를 둘러싼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8일 중국에서 군용기편으로 텍사스주 샌안토니오-포트 샘 휴스턴 기지에 도착한 킹은 방송영상에서 트랩을 통해 내려온뒤 활주로에서 기다리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대변인은 킹이 군의료센터로 옮겨진뒤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가 끝나는대로 월북사건 관련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주내로 가족들과 만날 기회도 주어진뒤 가까운 장래에 복귀(reintegration)를 위한 절차도 진행될 예정이다. 미국 언론은 "비록 당국자들이 그를 보살피고 사회에 재통합시키겠다고 말하지만 그가 직면할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월북과 관련된 징계는 확실하지만 어떤 수준인지는 현재까지 불투명하다. 육군은 무단이탈(AWOL)을 저질렀다고 규정했지만 아직 탈영병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
7월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던중 무단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으로 간 킹은 지난해 10월 마포구에서 경찰 순찰차 문을 걷어차 망가뜨린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9월에도 한국인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벌금을 내지 않아 올해 5월부터 48일간 한국에서 노역하고 7월 풀려났으며 이후 군의 추가 징계를 받기 위해 텍사스주로 송환될 예정이었으나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지 않고 사라진 다음날 JSA 견학 도중 월북했다.
북한은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한 미군병사를 법에 따라 추방한다"고 발표했고 킹은 당일 중국으로 보내진뒤 오산기지를 거쳐 텍사스에 도착했다.
북한이 미군 병사의 월북을 대내외 선전에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지만 북한 당국은 이전 유사사례와 비교할때 이례적으로 빨리 그를 송환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 타임스는 29일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과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의 회동 사실을 전하며 킹 이병 사실을 언급했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이 매체에 "중국과 미국의 빈번한 고위급 교류가 소통을 촉진하고 복잡한 양국 관계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이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월북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의 신병을 넘겨받으며 중국에 감사를 표한 것을 언급한 뒤 "고위급 회동 외에도 미국이 다양한 외교 행사에서 중국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