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직장을 옮긴 노동자 임금이 큰 폭으로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노동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면서 직원을 충원하기 위해 임금 인상 유인책을 썼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물가상승이 지속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인사이트 집리크루터는 지난 6개월 이내에 새 직장을 구한 미국인 206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64%가 이전 직장보다 임금이 올랐다고 답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임금 인상률이 11%를 넘었다는 응답자가 48%에 달했다. 응답자 8.7%는 50% 이상 임금이 올랐다고 답했다. 임금 인상률이 6~10%에 달했다는 응답자도 30.5%나 됐다.
이직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입김이 세지면서 더욱 확산하고 있다. 기업들이 구인난에 시달리기 때문에 직장인들은 더 많은 임금을 주는 곳으로 쉽게 이직할 수 있다. 또 고용주들은 기존 직원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임금 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WSJ은 전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집계 결과 일반 근로자의 연간 임금 인상률은 지난 3월 6%로 전년 동기(3.4%)를 크게 웃돌았다. 이중 이직자들의 임금 인상률은 7.1%에 달했다.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임금 인상이 지속할 경우 물가 상승 악순환이 형성될 우려도 나온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실질 임금 인상률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기업들은 가격에 이를 반영해 인플레이션 장기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자 상당수가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이직을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25∼54세 핵심생산인구의 46%는 현재 다니는 직장을 2년 정도 더 다닐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이 중 20%는 1년 이내 이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19%는 3~5년 정도 근무를 예상했다. 핵심생산인구 65%가 장기근속 계획의 뜻이 없다는 의미다.
줄리아 폴락 집리크루터 수석 경제학자는 “희소한 인재를 놓고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 기업들은 임금과 혜택 확대, 직무 요구 사항 완화 등 더 유리한 고용 조건을 제공하라는 메시지를 받고 있다”며 “최근 신규 고용자의 22%가 계약 보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