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한 중국 베이징의 일부 지역이 봉쇄됐다. 감염자가 많은 차오양구는 25일부터 345만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핵산 검사를 시작해 결과에 따라 봉쇄 구역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봉쇄 한 달째인 상하이의 식량난을 지켜본 베이징 시민들은 언제 기습 봉쇄가 시작될지 몰라 식료품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베이징에서는 지난 22일 이후 이날 오후까지 8개 구에 걸쳐 70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됐다. 이중 46명이 차오양구에서 나왔다. 차오양구 방역 당국은 일부 지역을 임시 관리·통제 구역으로 설정하고 해당 주민의 외출을 금지했다. 또 관리·통제 구역 안에 있는 회사에 재택근무를 명령하고 사업장 운영에 필수적인 인원은 외부와 차단된 폐쇄 루프 내에서 생활하도록 했다. 관리·통제 구역은 한국 교민이 많이 사는 왕징에서 약 20㎞ 떨어져 있다. 차오양구에선 이날 기준 2116명이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격리됐다.
베이징시가 전날 오후 차오양구에 거주하거나 근무하는 사람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하자 식료품과 생필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대형마트에 몰려 채소, 과일, 육류 등이 동났다. 베이징의 패닉 바잉은 상하이 학습 효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시는 지난달 26일 도시가 갖는 경제적 위상 때문에 봉쇄는 불가능하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말을 바꿔 도시 전체를 봉쇄한다고 발표했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봉쇄 조치가 당초 예고했던 8일을 넘어 한 달 가까이 계속되면서 먹을 것이 떨어지고 제때 치료받지 못해 숨지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베이징시는 브리핑에서 유통업체의 영업 시간을 연장하고 24시간 배송 시스템을 가동해 식료품 공급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보건 당국 관계자는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베이징시 전체를 봉쇄할지 부분 봉쇄할지는 전염병 확산 범위에 달려 있다”며 “차오양구의 핵산 검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많은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상하이처럼 도시 전체를 폐쇄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상하이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4일 하루 동안 1만9410명이 감염됐고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나온 지난 17일 이후 누적 사망자 수는 138명으로 늘었다. 중국 SNS에선 상하이와 붙어 있는 저장성 당국이 굴착기를 동원해 두 지역을 잇는 다리를 부수는 영상이 올라왔다. 저장성에는 이미 상하이에서 사람들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높은 장벽이 설치됐는데 이번에는 아예 다리까지 끊은 것이다.
중국은 현재 31개 성급 지역 중 남서부의 티베트자치구를 제외한 30곳에서 크고 작은 봉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방정부에 묻다 보니 기계적이고 과도한 대응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