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자국 내 러시아와 관련된 거리와 광장의 이름을 바꾸며 ‘러시아 지우기’에 돌입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키이우(키예프) 시의회는 러시아와 연관된 도로, 건물 등 467곳의 개명 명단을 작성했다. 키이우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우정을 상징하던 소련시대 기념비가 철거된 지 하루 만이다.
특히 467개의 명단에는 19세기 소설가 레프 톨스토이의 이름을 딴 중앙 광장이 들어있다. 톨스토이는 러시아 문학의 거장으로 평가 받는 인물이다. 이 밖에도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로 불리는 거리와 러시아의 동맹국인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의 이름을 딴 도로가 개명 명단에 포함됐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직후 잔재를 지우기 위해 일부 도시의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지금까지 일부 관리들은 러시아 작가와 시인, 산맥 등과 연관된 지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의 이호르 테레호프 시장은 지난 26일 “러시아와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와 연관된 지명을 바꾸는 법안을 시의회에 공식적으로 상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이름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동쪽과 북쪽 국경 너머에 어떤 종류의 이웃이 있는지 일깨워 줄 상처들이 너무 많다”고 적었다.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와 일부 마을들은 거리를 방어한 군부대의 이름으로 도로명을 바꾸고 있다. 체르니히우 지역 총독은 지역 중심부 거리나 광장을 제1전차여단의 이름을 따서 개명할 것을 제안했고, 현재 개명 작업이 진행 중이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쟁과 별개로 문화적 유산은 세계적인 가치가 있는 만큼 러시아와 관련된 모든 지명을 바꾸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우크라이나 태생 러시아 소설가 니콜라이 고골이다. 고골의 작품은 ‘러시아 문학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다.
올렉산드르 차첸코 문화부 장관은 “러시아와 관련된 모든 것을 전면적으로 제거하지는 말아야 한다”며 “고골과 같은 문학적 가치는 세계적 문화 유산에 속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