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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도 없어 비닐로”…아조우스탈의 아이들 [영상]


우크라이나군이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참호로 삼아 러시아군에 저항 중인 가운데 최근 제철소 내부의 처참한 상황을 담은 영상이 잇따라 공개됐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아조우스탈을 방어하고 있는 아조우 연대는 제철소 지하에 피신한 주민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이달 18일 이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올리고 있다.

아조우 연대는 지난 26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마리우폴의 민간인이 있는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적의 공격으로 뒤덮이고 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을 보면 한 중년 여성이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몸을 파르르 떨고 있다. 주변인들이 여성을 부축하며 침상에 눕혔다. 여성은 과거 제철소 노동자의 유니폼으로 보이는 재킷을 입고 있다.


연대 측은 “어젯밤에만 35차례의 공습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한 가게에는 불이 붙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민간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라며 “병사들에게 응급 처치를 제공하고 잔해에서 민간인을 구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아조우 연대는 지난 25일 아조우스탈 제철소 지하에서 피신 중인 어린아이들의 생활을 영상으로 올리기도 했다. 앞서 22일 여러 명의 아이가 옷, 임시 침대 등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숙제를 하는 모습 등을 공개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영상 속 아이들은 임시방편으로 비닐 주머니에 테이프로 붙여 만든 기저귀를 찬 채 생활하고 있었다. NYT는 눅눅하고 곰팡이 냄새 나는 방에서 어린아이가 자고 있다고 전했다.

영상에 등장한 소녀는 애처로운 목소리로 “집에 가고 싶어요” “햇빛을 보고 싶어요”라고 호소했다.


현재 러시아군은 아조우스탈을 제외한 마리우폴 전역을 점령한 채 제철소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아조우 연대를 비롯한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군과 현지 시민 등이 제철소 지하에 몸을 숨기고 있다.

NYT는 러시아군의 맹공격으로 모든 언론이 마리우폴을 떠나고 통신과 전기가 끊긴 상황에서 아조우 연대가 올리는 영상만이 현지 상황을 전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영상이 제철소에서 촬영된 것인지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영상 속 배경이 제철소의 모습과 유사한 데다 제철소 전 직원들도 “영상이 그곳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했다.

아조우 연대는 28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러시아군이 제철소 내 병원을 폭격했다고 주장했다. 영상에는 깁스나 붕대를 한 20여 명이 어수선한 분위기의 방에 앉아 있었다. 헤드 랜턴을 쓴 남성은 어둠 속에서 잔해를 파고 있었고 다른 남성은 주저앉아 충격받은 듯 플라스틱병을 든 손을 크게 떨었다.

아조우스탈 연대장인 스비아토슬라브 팔라마르 부사령관은 NYT에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적군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곳에는 분명히 민간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그들을 대피시키기 위함”이라며 영상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 유엔은 아조우스탈 내 민간인이 대피하는 방안을 러시아와 협의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인도주의 회랑 구축 등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