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이번 2024 대선에서 성별에 따라 표심이 가장 크게 갈린 연령층은 18살에서 29살 사이 남녀 유권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투표에 참여한 젊은 남성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 투표한 남성은 56%로 40%인 젊은 여성층과 비교해 무려 16% 포인트 벌어졌습니다.
서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 세대의 정치가 성별 격차로 인해 분열됐다.” 영국 일간지 가언이 이번 미국의 2024 대선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가디언은 이번 2024년 대선에서 라틴계, 노동 계층, 흑인 남성의 표심뿐만 아니라 젊은 남성층 표심이 민주당의 미래에 가장 심각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직 집계 중이지만 이번 대선에서 투표에 참여한 18~29살 사이 젊은 남성 중 42%가 카멀라 해리스 후보에 투표했고 56%가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투표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투표에 참여한 18~29살 사이 젊은 여성들은 58%가 카멀라 해리스 후보에 투표했으며 40%가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투표했습니다.
젊은층 남녀의 투표 성향이 크게 엇갈린 것입니다.
이런 추세는 인터넷 상에서 더욱 크게 나타났습니다.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는 지난 8일 대선 직후 23시간 동안 X(엑스)와 틱톡 등 소멸미디어에서 여성 혐오 표현이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여성의 낙태권을 지지하는 ‘나의 몸, 나의 선택’(My body, my choice)을 조롱하는 ‘너의 몸, 나의 선택’과 ‘주방으로 돌아가’라는 등의 언급이 4600% 늘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여성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낙태약 사재기에 이어 비연애·비성관계·비혼·비출산 이른바 4B(非·비) 운동을 선언하는 내용을 게시하고 있습니다.
4B 운동은 지난 2016년 한국에서 시작된 것인데 최근 미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젊은 남성들의 #MeToo 운동에 대한 반발과 정보 소식에 대한 확증 편향적 접근이 이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습니다.
킹스 칼리지의 앨리스 에반스 사회과학 교수는 성평등에 대한 반발이 전 세계적으로 젊은 남성과 여성 간의 양극화를 촉진했다고 짚었습니다.
에반스 교수는 특히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다양성과 형평성이 너무 지나치지 않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심한 경우 여성이 얻는 이익이 남성의 희생으로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의 올해(2024년) 연구에 따르면 성평등과 관련해 젊은 남녀 간 의견 차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집에 있는 남자는 남자답지 못하다”는 문장에 대해 베이비붐(1950-65년생) 세대 여성의 10%와 남성 11%가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Z세대(1990-2010년생) 경우 남성의 31%가 해당 문장에 동의했고 여성은 20%였습니다.
에반스 교수는 또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젊은 남녀들의 확증편향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옛날에는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매체를 보고 정보를 얻었지만 이제는 성향에 따라 접근하는 매체들이 각기 다르고 매우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이번 선거는 최초의 팟캐스트 선거였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성 언론 출연을 거부하며 토크 위주의 팟캐스트에 주로 출연했는데 선거 전략 측면에서 효과적이었다는 분석입니다.
팟캐스트를 듣게 되는 청취자에세 더욱 더 친근하게 접근하고 특히 팟캐스트 관련 매체에 익숙한 젊은 남성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라디오코리아 뉴스 서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