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의 주택 보험시장이 최근 들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좀처럼 그런 위기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 더욱 우려가 크다.
계속되는 보험료 상승을 비롯해 재건 비용 급등과 공공 보험 프로그램인 ‘FAIR 플랜’의 과도한 부담 등이 캘리포니아 주의 보험 관련 주요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주형석 기자입니다.
지난주 새크라멘토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세미나에서, 캘리포니아 주택 보험시장의 현황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서 각계에서 여러 전문가들이 참석해 토론이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Center for California Real Estate(CCRE)가 주최했으며, 보험·기후·부동산 분야의 주요 인사들이 패널로 참석했다.
스탠퍼드 대학 기후 에너지 정책 프로그램의 마이클 와라(Michael Wara) 교수는 매우 부정적이었는데
캘리포니아의 보험료가 앞으로 10~20년간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마이클 와라 교수는 단순히 가격 조정이 아닌, 근본적인 위험 완화 노력이 병행돼야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al State 노스리지의 데이비드 러셀(David Russell) 교수는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가 보험 시장에 자본을 다시 유입시키는 것이라며,
고위험·저위험 지역 모두 보험료가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위험 지역 간 비용 분담(Cost Sharing) 구조를 재정립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뜻도 밝혔다.
캘리포니아 보험 시장의 압박 요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보험업계를 대표하는 존 놀우드(John Norwood) 로비스트는
건설 자재비와 인건비 등이 급등하고 있는 현실속에서, 보험사의 재정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노동력 부족이 복구 작업을 지연시켜 보험사의 손해율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보험업계 위험 부담이 커지면서 민간 보험사로부터 커버를 받지 못한 수십만 가구가
FAIR 플랜이라는 주정부 최후의 보험 옵션에 의존하고 있다.
존 놀우드 보험 로비스트는 FAIR 플랜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FAIR 플랜 가입자가 이미 50만 건 이상으로 엄청난 급증세라는 점을 꼽았다.
지금과 같은 FAIR 플랜 급등세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된다면 수십억 달러 손실로 인해 전체 시스템이 과부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존 놀우드 보험 로비스트는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FAIR 플랜에서 민간 보험시장으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영리 소비자 단체 유나이티드 폴리시홀더스의 에밀리 로건(Emily Rogan)은
많은 주택 소유자들이 보장 한도가 부족한 상태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올초에 산불 피해를 크게 입은 알타디나(Altadena) 지역에서는 수백만 달러의 재산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밀리 로건은 캘리포니아 주택 소유자들에게 가능하다면 추가 대체 건축비용(Replacement Cost) 보장을 꼭 구매할 것을 권고했다.
이렇게 캘리포니아 주의 보험 문제에 대해서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지적하는 것은 보험만으로는 산불 리스크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이클 와라 스탠퍼드 대학 교수는 집 자체를 이른바 내화 처리(Home Hardening)하거나, 주변 식생을 관리하는 물리적 위험 완화가 필수라고 언급했다.
보험사들이 위험 감소에 따른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는 존재하지만,
현재의 규제로는 실제 위험 수준이 보험료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그런 할인 혜택 실행이 대단히 어려운 상황으로 파악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주택 보험 문제는 단순한 가격 이슈를 넘어서,
산불과 기후위기, 건설비 상승, 보험 제도 미비 등이 얽힌 매우 복합적인 문제로 계속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보험, 부동산, 공공 정책이 함께 협력하지 않는 한, 이같은 보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