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으로부터 5피트(약 1.5미터) 이내 공간에서 대부분의 식물과 가연성 자재를 금지하는 새로운 화재 안전 규정이 캘리포니아에서 추진되고 있어, 과학계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른바 ‘Zone 0’로 불리는 이 규정은 개빈 뉴섬 주지사의 행정명령에 따라 신속히 진행되고 있고, 화재 위험이 높은 지역이나 CAL FIRE의 방재 책임 지역 등에 적용될 예정이다.
그런데 화재 전문 연구자인 맥스 모리츠(UC 산타바바라) 교수와 루카 카르미냐니(SDSU) 교수는 공동 기고문을 통해서 잘 관리된 식물이 오히려 불길 확산을 막고, 집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Zone 0’ 규정 초안의 과도한 금지 조항에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1월 초에 발생한 Eaton Fire와 같은 대형 산불 이후 피해를 당한 지역을 살펴보면, 불타버린 주택 옆에 푸른 나무와 관목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자주 관찰된다.
이는 바람을 타고 날아든 불씨가 먼저 건물을 태운 뒤 주변으로 확산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로 꼽히고 있다.
즉, 구조물 자체의 안전성이 더 큰 변수임을 시사한다는 전문가들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Eaton Fire에서도 주택이 전소됐지만, 집 앞에 있던 관목은 불에 타지 않은 경우가 발견되기도 했다.
현행 ‘Zone 0’ 초안은 잔디, 관목, 나무 등 대부분의 식물을 주택 가까이 심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지나치게 단순한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식물의 발화 가능성은 그 종류보다 수분 함량과 관리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에서 일괄적으로 규정할 수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생각이다.
루카 카르미냐니 교수는 잘 관리해 건강하게 유지된 식물의 경우 뜨거운 불길과 열을 흡수하며 일종의 ‘열 방패(heat sink)’ 역할을 한다며 불씨를 막아주는 생물학적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식물들은 미관, 공기질 개선, 도시 온도 조절 등 다양한 도시 생태계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있다는 분석이다.
캘리포니아의 정책은 타 주로 전파되는 영향력이 큰 만큼, ‘Zone 0’ 규정이 과학적 근거보다 행정 편의 위주로 추진될 경우 전국적인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를 위한 규제보다는 방화 창호, 벤트 스크린 설치 등 집 자체의 내화성 강화와 병행한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Zone 0’ 규정이 시행될 경우, LA, 오렌지 카운티, 샌디에고 등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정원 리모델링, 조경 유지, 페티오 디자인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노년층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식물을 제거하는 비용, 열에 노출되는 시간이 증가하는 등으로 생활 불편과 건강 문제가 야기될 수 있어 신중한 정책 조율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해당 규제의 최종안 발표와 적용 지역을 예의주시하고, 화재 대비 주택 안전 점검과 조경 관리 방안을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