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00만 달러에 미 영주권을 살 수 있는 '골드카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법제화 노력을 하지 않아 현실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어제(7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기존의 투자이민 'EB-5' 비자 제도를 없애고 골드카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며, 백악관은 지난 달에는 골드카드 구매신청 대기 사이트도 개설했다.
하지만 골드카드 비자 제도가 실제로 시행될지 여부도 불확실하고 설령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설명했다.
이민 전문 변호사들과 다른 법률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의회 입법 없이 일방적으로 새 비자 유형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이 여당이며 연방의회 다수당이긴 하지만, 외국인이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쉽게 취득할 수 있는 경로를 새로 만들어주는 데에 공화당 의원들 상당수가 부정적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을 압박해 개정 입법을 통과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골드카드가 대체하게 될 기존 EB-5 비자를 이미 신청해놓은 사람들의 자격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골칫거리다.
연간 할당 정원이 1만명인 EB-5 비자는 신청자가 이미 많이 밀려 있다.
만약 현행 EB-5 비자 제도가 폐지돼서 대기 중이던 기존 신청자들을 제치고 골드카드 신청자들이 비자를 우선해서 받게 된다면 법적 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게 변호사들의 지적이다.
현행 제도에 따른 EB-5 비자로 미국 영주권을 얻기 위해 내야 하는 투자금은 105만 달러 혹은 80만 달러이며, 투자를 통해 1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현행 비자 유형 자격 조건은 1990년 법으로 정해진 이래 변화가 없었으며, 연방 정부가 이미 비자를 신청한 사람들의 자격을 무효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리해서 무효화를 시도하더라도 피소가 불가피하며 그럴 경우 정부 패소가 거의 확실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영주권을 신청하려는 의뢰인들에게 지금으로서는 제도가 어떻게 될지 확실치 않아 대기 명단에 이름으로 올려 놓더라도 별다른 소용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16일 기준으로 미 상무부가 개설한 골드카드 신청 인터넷 사이트에 대기 등록한 외국인이 6만8천703명으로 집계됐다고 최근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