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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박정희 암살’ 김재규 46년 만에 재심 시작 특보

대한민국의 역사를 뒤흔든 1979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 암살 사건의 중심 인물이었던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재심이 시작됐다.

이 재심에 대해 영국 공영방송 BBC도 자세히 보도했다.
BBC는 서울고등법원이 오늘(7월16일) 김재규에 대한 재심 첫 공판을 열고, 그의 행위가 내란인지 아니면 독재를 저지하기 위한 저항이었는지를 다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특별 기사로 자세하게 전했다.

이번 재심은 김재규 유족 측의 끈질긴 요청과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발동 혐의로 기소된 사건과 맞물리며 한국 민주주의의 과거와 현재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46년 전이었던 1979년 10월 26일 저녁, 서울 궁정동의 한 안가에서 열렸던 만찬 자리에.
박정희 대통령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차지철 경호실장 등이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권총을 꺼내 차지철 경호실장을 쏜 뒤 박정희 대통령에게 두 발을 발사했다.
이후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박정희 대통령 경호팀까지 사살하면서 이 사건은 12.12 쿠데타와 신군부 득세를 불러오며 한국을 일대 혼란에 빠트렸고, 현대 한국에서 유일하게 대통령이 피살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김재규는 이후 재판에서 독재를 막기 위한 결단이었다고 주장했지만, 권력을 잡은 신군부는 이를 쿠데타 시도로 규정해, 불과 7개월 만에 사형을 집행했다.

김재규에 대한 평가는 오늘날까지도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김재규가 중앙정보부를 통해 고문과 조작 수사를 일삼았다며, 결국 자신의 권력을 빼앗긴 데 대한 앙심의 복수극이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지지자들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를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며, 민주화의 불씨를 지핀 인물로 재평가받아야 한다고 입장이다.

김재규는 재판에서 자신이 살기 위해 탄원하지 않는다며
유신체제를 향해 야수의 심정으로 방아쇠를 당겼다고 진술했다.

김재규 재심의 배경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이후에 한국 사회의 역사 인식 변화가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BBC가 이번 기사에서 분석했다.

특히 유신체제에 대한 비판이 다시 부각되며, 김재규의 행위가 내란이 아닌 ‘민주주의 저항’이었는지 법적으로 다시 다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재심을 맡은 변호인은 당시 김재규가 계엄령이 선포되기 전에 범행을 했기 때문에 군사재판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위법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수사 과정에서도 고문과 가혹행위가 있었다며,
법리적으로도 내란죄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재규는 1979년 12월 군사재판에서 내란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고 1980년 5월 사형이 집행됐으며, 이는 곧 전두환 신군부의 집권으로 이어졌다.

이번 재심은 김재규 개인의 명예회복을 넘어서, 박정희 정권의 유산과 한국 민주주의의 뿌리를 다시 들여다보는 역사적인 과정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BBC가 전했다.

서울고법은 향후 수개월 간의 심리를 거쳐 내란 혐의 적용이 정당했는지, 고문과 재판절차에 위법이 있었는지 등을 판단하게 된다.

김재규 유족 측은 김재규가 개인의 권력을 위해 대통령을 쏜 게 아니라,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기 위한 결단을 내린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더 이상 반역자로 불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판결 결과는 박정희 정권의 역사적 평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한국으 민주주의 정체성과 역사 인식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