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이 긴급 사건 처리 절차인 이른바 섀도우 더킷(Shadow Docket)을 점점 더 폭넓게 사용해, 이 관행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권한을 강화하는 주요 통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연방대법원이 정식 구두 변론과 충분한 검토 없이 비공개 명령을 통해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는 긴급 사건 목록의 활용이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특히, 이 결정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과 관련돼 있어 사법부의 역할에 대한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적했다.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집권 이후에, 대통령이 독립 기관의 위원들을 해고하거나, 이민과 국경 관련 정책의 신속 추진 요청에 대해 '긴급 구제(emergency relief)' 인용 사례가 두드러지고 있다.
독립 기관 해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해당하는 기관의 위원들을 해고하려는 행위에 제동을 건 하급심 법원의 판결을 연방대법원이 일단 정지(stay)시켜서, 대통령의 해고 권한을 잠정적으로 인정하는 듯한 신호를 보냈다.
예산 통제권도 의회에서 승인한 수십억 달러의 해외 원조 자금을 트럼프 행정부가 집행하지 않으려고 하는 시도에 대해서, 이를 막으려는 하급심의 명령을 연방대법원이 일시 중단시켜 대통령의 예산 통제권을 강화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섀도우 더킷'은 원래 사형 집행 유예 요청이나 극히 촉박한 일정의 기술적 문제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절차였다.
하지만 이제는 이민 정책, 행정부의 권한 범위 등 국가적인 중요성을 갖는 주요 정책에 대한 사실상의 최종 결정을 내리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이러한 ‘섀도우 더킷’ 방식이 투명성과 충분한 심의 과정을 훼손한다고 지적한다.
판결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지 않는 비공개 명령을 통해 중요한 법적 선례가 쌓이고 있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행정부의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사법부가 오히려 행정부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연방대법원 관계자들은 긴급 사건 목록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급심 법원의 '전국적 금지 명령(Universal Injunction)' 남용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로이터 보도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연방대법원의 보수 우위 구도 속에서 '섀도우 더킷'을 통해 빠르게 법적 장애물을 극복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사법 시스템의 중립성과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