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임기 동안 시카고, LA, 워싱턴 DC 등 민주당이 운영하는 대도시들을 겨냥해 연방 요원과 미군까지 투입하며 이민 단속을 강화하고 자신이 '극심한 범죄'라고 부르는 것을 뿌리 뽑으려 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표적 중 하나인 오리건 주 포틀랜드는 미국 30대 대도시에도 속하지 않는 정도의 크기로, 폭력 범죄율 역시 지난해(2024년) 기준 30위권 밖이었고, 그같은 중범죄 수치마저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포틀랜드에 대해서 매우 악의적인 표현으로 "전쟁으로 파괴된" 도시라고 묘사했다.
그리고 오리건 주와 로컬 지도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방위군 투입을 시도하는 등 포틀랜드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이 포틀랜드를 상대로 공세를 펴는데는 오랜 악연이 있다.
진보 성향이 강한 포틀랜드 시민들은 트럼프 대통령 1기 임기 때부터 이민세관단속국, ICE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8일 수요일 CNN과 인터뷰에서 포틀랜드 시위대를 향해 맹비난을 가했다.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포틀랜드 시위대들이 좌파에서 주장하는 통제된 평화로운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급진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강력한 대응을 경고했다.
애비게일 잭슨 대변인은 포틀랜드 시위대에 대해서 방화와 경찰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폭도들이라고 언급했다.
애비게일 잭슨 대변인은 또한 포틀랜드 시위대 배후에 대해서 이달(10월) 초 안티파(Antifa) 무장 세력이 포틀랜드에 있는 ICE 시설에 단두대까지 가져왔다고 주장하면서 폭도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법 집행관을 보호하고 지역 주민들 불만 제기에 응답해 치안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의 공식적인 주장이다.
민주당 지도자들이 막지 못한 통제 불능의 폭력에 대처하기 위해 합법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백악관 측은 설명하고 있다.
오리건 주는 41년 전이었던 1984년 이후 단 한 번도 공화당의 대선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았을 정도로 대표적인 진보 주다.
주지사와 주의 상원, 하원 모두 민주당이 12년째 장악하고 있는 전국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민주당의 성지' 주라고 할 수있다.
포틀랜드 루이스 & 클라크 로스쿨의 텅 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득표한 곳과 득표하지 못한 곳에 대해 매우 크게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다며, 자신이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 지역에 일종의 보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훨씬 전부터 포틀랜드는 환경주의부터 LGBTQ+ 권리까지 진보적인 어젠다와 시위 등에 대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1987년에는 전국 최초로 불법 체류 이민자 보호 도시(Sanctuary)를 선언했고, 포틀랜드 시의회는 2017년에 자체적인 보호 정책을 선포했다.
포틀랜드는 또한 분산된 극좌파 '반파시스트' 운동인 '안티파(Antifa)'의 가장 오래된 활동 거점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포틀랜드를 비롯해서 이른바 전국 민주당 도시에서 반대 시위가 발생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 Twitter에 "매우 불공평하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2018년 여름에는 불법 월경자들을 형사 기소해서 불법체류 가정의 부모와 수백 명의 아이들을 강제 분리시킨 백악관 정책에 대한 분노가 많은 시민들을 ICE 건물로 향하게 만들었다.
포틀랜드 시위대는 ICE 건물 밖에 진을 치고 "Occupy ICE PDX" 시위를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당시 2018년 시위가 벌어지자 매우 분노했는데 무정부주의 시위대가 포틀랜드, 오리건에 있는 헌신적인 ICE 직원들에게 대단히 혐오스러운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을 퍼부었다.
다음 해 2019년 여름,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직접적인 경고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틀랜드가 "매우 면밀히 감시되고 있다"고 게시하며, 실체 존재가 모호한 안티파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포틀랜드 주립대학교의 정치학과 교수 크리스 쇼텔은 이러한 시위들이 2020년의 무대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지금와서 보면 2020년이 결정적인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2020년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 동안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백인 경찰관에게 살해당한 사건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시위가 폭발하며 미국 전체가 엄청난 혼란에 빠졌다.
워싱턴 DC에서도 불안감이 고조되는 등 전국적으로 시위가 확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재빨리 주방위군을 소집해 대응해 나갔고, 다른 지역에서는 지방 지도자들이 통제력을 잃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20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국토안보부(DHS) 요원들의 배치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포틀랜드 시내에서는 수천 명이 100일 이상 동안 집결했다.
주로 평화로운 낮 시위가 밤에는 폭동과 방화로 번지기도 했는데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정기적으로 사용했고, 시위대는 카운티 법원 주변 다리와 도로의 통행을 막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틀랜드 지역 지도자들이 자신에게 병력 투입을 요청하기를 원한다고 말하며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요청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요청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700명이 넘는 연방 요원들을 파견했지만, 주방위군은 배치하지 않았다.
연방 법 집행관의 도착은 긴장을 고조시켰다.
연방 요원들은 해군사관학교 복장을 한 베테랑을 구타하고 최루액을 뿌렸으며, 시장에게도 최루탄을 발사했다.
그해 8월에는 친트럼프 시위자가 총에 맞아 사망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요원들이 용의자를 사살하자 이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던 테드 휠러 포틀랜드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를 지원하거나, 아니면 방해하지 말고 비켜달라"고 말했고,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 주지사도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서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권력 남용"이라고 주장하며 강력한 비난을 쏟아냈다.
오리건 주 법무부 장관은 연방 정부를 상대로 고소했고, 두 명의 연방하원의원도 연방 요원들이 수정헌법 제10조 권리를 침해했다며 국토안보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소송전이 본격화됐다.
이같은 과거를 잊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포틀랜드를 겨냥하고 있다.
올여름 ICE의 이민 정책에 대해서 반대하는 시위가 2018년 충돌의 중심지였던 포틀랜드 ICE 근처에서 다시 격화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포틀랜드를 "전쟁으로 파괴된" 도시라며 1기 임기 때 공언했던 것처럼 안티파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
2020년 당시에는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서 군사 지원을 요청하라고 지방 지도자들을 압박했지만, 지난 9월 말에는 지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리건 주방위군 200명에 대한 연방화(federalization)를 일방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연방 판사가 결정을 통해서 주방위군 병력의 포틀랜드 배치를 일시적으로 막아 놓은 상태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포틀랜드에 대한 묘사가 2020년의 폭력적인 야간 시위 이미지를 여전히 떠올리게 하지만, 크리스 쇼텔 교수는 올해(2025년) ICE 건물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에 대해 5년의 긴극 만큼이나 성격적으로 매우 다르다고 분석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이달(10월) 초까지 사우스 워터프런트 지역에서 체포된 인원은 40명으로, 2020년 시위 때 체포된 500명 이상과 비교하면 훨씬 적은 숫자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포틀랜드에 대한 묘사가 2020년에 했던 것과 일치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연방 정부가 시위대를 선동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제프 머클리 오리건 주 연방상원의원은 이번 주 CNN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포틀랜드 ICE 시설 밖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혼란스러운 인상을 조성해 더 많은 권위주의적 권력을 정당화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5년 전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병력 배치를 막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던 제프 머클리 연방상원의원은 이제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미끼를 물지 말라"는 또 다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