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판결을 받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Jeffrey Epstein) 관련해 그동안 연방 기록 공개를 막으려 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인 입장 선회를 통해 공개하는 것에 찬성하고 나섰다.
지난 수개월간의 연방 기록 공개를 못하게 하던 노력을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철회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는 공화당 하원의원 수십 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고 엡스틴 파일 공개를 지지할 준비를 마친 시점에 이루어진 전격적인 입장 선회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11월16일) 일요일 밤 소셜 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게시글을 올려 연방하원 공화당 의원들이 엡스틴 파일 공개에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나 자신이 숨길 것이 없으며, 이 민주당의 '날조극(Hoax)'에서 벗어날 때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서 자신이 신경쓰지 않는다고 언급하며, 지금 자신이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오직 경제 문제 논의라는 본론으로 공화당이 돌아가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180도 달라지는 극적인 U턴은 연방 법무부에 엡스틴 전체 기록 공개를 강제하는 초당적 법안을 둘러싸고 수개월 동안 하원 공화당 내부에서 갈등이 이어진 끝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존슨(Mike Johnson) 연방하원의장의 표결 저지 노력이 지난주를 기점으로 결국 무산되버렸고, 하원의 표결은 내일(11월 18일) 화요일에 하는 것으로 예정됐다.
지난주까지 마이크 존슨 의장과 공화당 지도부는 약 100여 명에 달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공식 당론을 이탈해서 민주당 측과 함께 엡스틴 파일 공개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을 막을 힘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주말 동안 상황은 더욱 악화돼, 걷잡을 수없는 흐름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 강행을 이끌고 있는 토마스 매시(Thomas Massie, 켄터키) 공화당 하원의원에게 개인적으로 맹비난을 퍼붓는 등 분노한 모습을 보였다.
또, 한때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동맹이었던 마조리 테일러 그린(Marjorie Taylor Greene, 조지아) 의원도 엡스틴 파일 공개에 찬성하고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심지어 마이크 존슨 의장 측근 중 일부도 매시 의원의 노력을 지지할지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하원 규칙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공화당 버지니아 폭스(Virginia Foxx, 노스 캐롤라이나) 하원의원 같은 인물도 지난주 인터뷰에서 자신이 완전한 공개를 지지하는 사람이라며 표결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하게 내비쳤다.
이번 공화당 내부의 갈등은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틴의 연관성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유해한 독극물이 됐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연방하원 감독위원회에서 지난 12일 수요일 트럼프 대통령이 성착취 소녀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시사하는 내용의 엡스틴의 이메일을 수요일에 공개한 이후 공화당의 파일 공개 분위기가 굳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존슨 의장은 지속적으로 이 엡스틴 파일 관련 대규모 공화당 이탈을 막으려 노력해왔는데, 하원의 압도적인 찬성표가 상원에 법안 처리를 압박하게 되고, 그럴 경우 상원까지 통과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만 하는 딩혹스러운 상황으로 갈 수있고 논란 장기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에 집착하는 것에 대해 점점 더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한 공화당 고위 관계자는 토마스 매시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초당적 파일 공개 노력을 막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주 노력을 매우 변덕스럽고(Erratic) 불안정하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결국 공화당의 상황이 이렇게까지 가게된 데에는 로렌 보버트(Lauren Boebert, 콜로라도) 공화당 하원의원을 백악관 상황실로 불러 청원서에서 이름을 삭제하라고 압박을 가하는 등 마지막까지 압력을 행사한 트럼프 대통령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엡스틴 파일 공개 법안을 이끈 토마스 매시 의원은 엡스틴 파일에 대한 공개 투표가 이뤄지게된 원동력에 대해서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이후'를 고려하기 시작했음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토마스 매시 의원은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2028년 이후를 내다보며, 지금 이런 상황이 남은 정치 경력에 기록으로 남기를 원하는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토마스 매시 하원의원은 소아성애자를 은폐하는 것이 지금 당장 괜찮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 거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기 있거나 대통령인 동안에만 통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옳은 일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명백하게 찬성표를 던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강경 보수파부터 중도 온건파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매시 의원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압도적인 초당적 지지가 예상되면서, 내일 엡스틴 파일을 공개하는 법안의 통과가 확실시되고 있다.
법안 공동 발의자인 로 칸나(Ro Khanna, 캘리포니아) 민주당 연방하원의원은 백악관의 압력이 있을 수 있지만, 대중의 압력은 훨씬 더 크다고 말하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스템으로 엡스틴을 보호하는 것에 지쳤다고 말했다.
이제 초읽기가 된 엡스틴 파일 공개가 美 정치권과 사법 시스템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