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핵심 디자인 임원이 경쟁사인 메타(Meta)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른바 '인재 유출(Brain Drain)'에 대한 우려가 애플 내부에서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잇따른 고위 임원들의 이탈이 계속되고 있어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은퇴 계획과 후계 구도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언론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의 앨런 다이(Alan Dye) 휴먼 인터페이스 디자인 부문 부사장이 이달(12월) 말 회사를 떠나 메타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앨런 다이 디자인 부문 부사장은 조니 아이브가 떠난 이후 애플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총괄해온 핵심 인물이다.
아이폰의 '다이내믹 아일랜드'를 비롯해서 최근 출시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의 인터페이스가 최종적으로 앨런 다이 부사장의 손을 거쳤다.
특히, 앨런 다이 부사장의 새로운 행선지가 애플의 최대 경쟁자 중 하나인 메타라는 점은 애플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앨런 다이 부사장의 영입 사실을 알리며 디자인과 기술, 패션을 융합할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메타가 스마트 안경과 VR 헤드셋 분야에서 애플을 추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애플은 후임으로 1999년부터 근무해온 베테랑 디자이너 스티븐 르메이(Stephen Lemay)를 임명하면서 진화에 나서고 있다.
팀 쿡 CEO는 성명을 통해 스티븐 르메이 디자이너가 애플의 협업 문화를 대변하는 인물이라며 조직 안정화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이번 이탈이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력 교체를 넘어서, 팀 쿡 CEO의 향후 은퇴 시나리오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애플은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은퇴, 존 지아난드레아 AI 전략 담당 수석 부사장의 사임 등 C레벨급 임원들의 공백이 잇따르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탕 탄 제품 디자인 부사장 등 실무 핵심 리더들도 회사를 떠났다.
전문가들은 애플 내에서 이러한 '베테랑 리더 그룹'의 붕괴가 팀 쿡 뒤를 이을 유력한 차기 CEO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존 터너스(John Ternus)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에게도 매우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앞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팀 쿡 CEO가 안심하고 지휘봉을 넘겨주기 위해서는 든든한 조력자 그룹(Bench Strength)의 존재가 필수적이지만, 경험 풍부한 임원들이 사라지면서 조직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 기자는 최근 칼럼을 통해 팀 쿡 CEO가 물러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그를 보좌하거나 차기 CEO를 도와야 할 핵심 인재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이것은 애플의 리더십 교체기에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이 혁신의 상징이었던 디자인과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자신들의 인재를 지키지 못하고 경쟁사들에 뺏기는 현상은, 내부적으로 '포스트 팀 쿡'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애플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음을 방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