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CA주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람이 지난 10여 년 사이 급격히 늘었지만,
주의회와 행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60% 넘게 증가한 현실이 공식 청문회에서 공개됐음에도 정작 의원들의 질문은 다른 곳으로 향하는 등 주민들의 도로위 공공안전이 외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황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올해 CA주 상원 교통위원회 청문회에서
CA주 교통국 캘트랜스 국장 토니 타바레스는 지난 20년간 CA주 도로 교통 사망자 수를 나타낸 단순한 막대그래프를 의원들 앞에 제시했습니다.
그래프에 따르면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0년까지 감소하다가
그 이후부터 해마다 증가세로 돌아섰고,
최근에는 10여 년 전보다6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타바레스 국장은 이 전반적인 추세를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 그래프에 대해 구체적인 대책을 묻는 의원은 없었습니다.
이날 청문회는CA주 교통 시스템 전반을 다루는
10년 만의 첫 정보 청문회였지만 위원들의 관심은
도로 안전이 아닌 다른 사안들에 쏠렸습니다.
노숙자 야영지 문제와 유류세 수입, 신분증 성별 표기,
그리고 2028년 LA 올림픽 준비 문제가 주요 질의 대상이 됐고,
위험 운전과 교통 사망 증가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의원은
단 두 명에 그쳤습니다.
지난 10년 동안CA주 도로에서는 약 4만 명이 숨졌고
200만 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CalMatters의 탐사 보도에 따르면 이 사고들 상당수는
상습 음주운전자와 만성 과속 운전자, 그리고 반복적으로 난폭 운전을 저질러온 운전자들에 의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관리하고 제재할 권한을 가진 주지사실과 주의회, 법원, 차량 등록국 DMV는 해마다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CA주는 미국 내에서도 음주운전 처벌이 상대적으로 약한 주로 꼽히며 음주운전 관련 사망자 증가 속도는
전국 평균의 두 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가을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은
막판에 대폭 후퇴하며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과속 문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치명적인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과속을 막기 위해
차량 속도 제한 기술 도입을 의무화하려던 법안은
2년 연속 주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 속도 단속 카메라를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소규모 시범 사업에 그치고 있어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개빈 뉴섬 CA주지사는 이 사안에 대한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으며 지난해에는 과속 경고 기술 도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DMV는 위험 운전자를 도로에서 퇴출시킬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대한 위반 이력이 있는 운전자들조차 운전을 계속 허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법적으로 의무화된 상습 음주운전자 대상 차량 내 음주 측정 장치 설치 명령이 판사들에 의해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드러났습니다.
DMV 보고서에 따르면 재범 음주운전자에게
해당 장치 설치를 명령한 비율은 전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고,
LA카운티를 포함한 14개 카운티에서는
10%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번에는 CA주 정치권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라디오코리아 뉴스 이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