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AI 열풍의 중심에 섰던 오라클(Oracle)의 주가가 급추락하면서 주식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오라클의 추락이 단순한 실적 부진을 넘어, 과열된 AI 산업이 '물리학의 법칙'과 '부채 시장의 현실'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장벽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학개미를 비롯한 한인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오라클 주가는 9월 고점 대비 45% 하락했으며, 이번 주에만 무려 14%가 빠지며 폭락했다.
오라클은 분기 자본 지출(Capex)이 당초 예상치 82억 5,000만 달러를 훨씬 웃도는 120억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오라클은 노동력과 자재 부족으로 물리적 한계를 맞아 오픈AI(OpenAI) 전용 Data 센터 완공이 2028년으로 연기됐다.
부채 경고까지 나오고 있는데 오라클의 신용 위험 지표가 2009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채권 시장에서 '정크(투기등급)' 수준의 취급을 받고 있다.
오라클이 시장의 총아에서 시장의 경고등으로 급격히 추락한 것은 AI 붐에 대해 더 깊은 무언가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지난 2년 동안 투자자들이 아무리 환호했다 한들, 산업계가 물리학 법칙이나 부채 금융의 현실을 앞지를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오라클 주가가 폭락한 것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인 82억 5,000만 달러보다 훨씬 높은 120억 달러를 분기 자본 지출로 썼다는 실망스러운 실적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였다.
전망치인 수익 가이던스 또한 약세로 나타나면서, 회사는 2026 회계연도 자본 지출 전망치를 150억 달러나 더 상향 조정했다.
이 자금의 대부분은 오라클의 3,000억 달러 규모 파트너인 오픈AI(OpenAI) 전용 Data 센터를 짓는 데 들어간다.
오라클의 클레이 마고요크 공동 CEO는 이번 주 실적 발표에서 전세계 용량 제공에 대한 야심 차지만 달성 가능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오라클의 핵심 수익원인 클라우드 매출과 인프라 판매 마저 월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오라클이 이 막대한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우려하고 있다.
회사가 특정 부채를 특정 자본 프로젝트와 명시적으로 연결하지는 않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오라클의 AI 확장을 두고 '빚으로 쌓아 올린 성장'이라고 묘사한다.
오라클 AI 전략의 핵심인 오픈AI의 Data 센터마저 균열 조짐을 보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오라클이 "노동력과 자재 부족"을 이유로 일부 미국 내 오픈AI의 Data 센터 완공 시점을 2027년에서 2028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IBM과 AMD 등 하이퍼 스케일러(초대형 Data 센터 업체) 기업들에 자문해 온 Data 센터 연구원 조나단 쿠미는 노동력과 자재 부족 등을 겪는 것 등이 언제든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언급했다.
조나단 쿠미는 AI 붐이 '디지털 속도'와 '물리적 속도'의 차이에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비트(Bits)의 세계는 빠르게 움직이고, 원자(Atoms, 물질)의 세계는 그렇지 않은데 Data 센터는 바로 이같은 두 세계가 충돌하는 지점이라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지연된 시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조나단 쿠미 연구원은 유력한 후보로 '프로젝트 주피터(Project Jupiter)'를 꼽았다.
이는 뉴 멕시코 주의 외딴곳에 건설 예정인 오라클의 거대 Data 센터 단지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주피터는 1,60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되는 메가 캠퍼스로, 역사상 가장 야심 찬 AI 인프라 프로젝트 중 하나이자 오픈AI에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겠다는 오라클 약속의 핵심이다.
조나단 쿠미 연구원은 자본이 즉시 투입될 수 있지만, 그 자본으로 사야 할 장비는 그렇지 못한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터빈, 변압기, 특수 냉각 시스템, 고전압 장비 등의 납품 기한은 처음에 예상했던 것에 비해서 수년으로 더 늘어났다.
대형 변압기는 도착하는 데 4~5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에 필수적인 산업용 가스 터빈은 6~7년이 걸리기도 한다.
기업이 웃돈을 주더라도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은 하룻밤 사이에 마법처럼 확장될 수 없으며, 이를 설치할 숙련된 인력도 이미 부족한 상태다.
AI 기업들은 모델 출시 속도에 맞춰 움직이고 싶어 하지만, 건설과 유틸리티 부문은 근본적으로 다른 시간표 위에서 작동한다.
조나단 쿠미는 이러한 물리적 제약이 모든 하이퍼 스케일러 기업에 적용된다면서, 오라클은 AI 인프라 게임에 비교적 늦게 뛰어들었고 자본 지출의 상당 부분을 단일 고객인 오픈AI에 의존하고 있어 투자자들을 특히 불안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마찰은 금융의 한계가 개입할 때 더욱 명확해진다.
오라클의 주가 하락도 극적이지만, 채권 시장의 반응은 그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오라클의 채권 수익률은 급등(채권 가격 하락)했으며, 한때 투자 적격 등급이었던 일부 신규 채권은 이제 '정크 본드(투기 등급)'처럼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신용 위험 지표는 2009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는 기술 사이클을 가장 냉철하게 관찰해 온 대출 투자자들이 AI 확장에 돈을 빌려주는 위험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분석된다.
지난 수십 년간 기술 기업들은 벌어들인 수익으로 성장과 관련한 비용을 충당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라클을 포함한 많은 기업이 문어발식 확장을 위해 신용 시장(대출)에 손을 벌리고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분석에 따르면, 구글과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5대 AI 하이퍼 스케일러는 올해 AI 데이터 센터 구축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총 1,21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역사적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이 중에서도 오라클은 약 3개월 전인 지난 9월 18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는 등 가장 큰 규모의 거래를 단행했다.
오라클의 총부채는 약 1,0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다른 4개 기업은 현금 보유량이 더 많고 신용 등급도 높으며(AA/A 등급 대 오라클의 BBB 등급), 막대한 잉여 현금 흐름을 창출하고 있다.
즉, 오라클만이 빚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 규모와 현금 창출력, 신용 등급을 고려할 때 가장 레버리지(부채 의존도)가 높은 기업 중 하나가 오라클이다.
채권 투자자들은 대박 수익률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원금과 이자를 확실히 돌려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바라고 있다.
신뢰가 조금만 흔들려도 수익률은 상승하다.
클라우드비즈(CloudBees) CEO이자 닷컴 시대에 기술 임원을 지낸 아누즈 카푸르는 악시오스(Axios)와의 인터뷰에서 데자뷰를 느끼고 있다며 마치 1998년 닷컴버블의 순간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엄청난 약속이 있지만, 수익이 얼마나 빨리 나타날지에 대한 예측하기 어려운 매우 불확실한 측면도 공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조나단 쿠미 연구원은 상황을 단순하게 정리했다.
돈은 많고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데 익숙한 기술 분야 사람들과, 장비를 만들고 시설을 짓는 데 수년이 걸리는 제조 분야 사람들 사이에 매우 심각한 괴리가 발생하고 있고,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