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그린란드 합병 요구로 촉발된 미국-유럽의 대서양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월가의 대형 은행인 씨티그룹(Citi)이 1년여 만에 처음으로 유럽 주식에 대한 투자 등급을 전격 하향 조정했다.
이는 미국 내 은퇴 계좌(401k)나 개인 포트폴리오에 유럽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씨티그룹의 글로벌 전략팀은 최근 그린란드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유럽 기업들의 수익 개선 기대감을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씨티그룹은 유럽 대륙 주식에 대해서 권고 등급을 중립, Neutral로 전격 낮췄다.
베아타 만테이(Beatha Manthey) 씨티그룹 유럽 전략가는 지난 19일 월요일에 발표한 새로운 보고서에서 그린란드 사태로 인한 북극권의 위기 심화가 유럽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위험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합병에 반대하는 유럽 8대 경제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요구 조건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오는 6월 1일까지 관세를 25%까지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유럽연합, EU 역시 약 930억 유로(미화 1,090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의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보복 관세, 이른바 '반강압 조치'를 검토하고 있어 전면적인 무역 전쟁에 진입하는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2025년) 유럽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은 관세 분쟁과 유로화 강세의 영향으로 단 1%에 그쳤다.
당초 시장 분석가들은 올해(2026년) 유럽 기업들이 약 10%의 수익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씨티그룹은 성장 전망치를 8%로 낮췄으며, 상황에 따라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Downside Risk)도 열어두었다.
특히 만테이 전략가는 유로화 가치가 달러 대비 10% 상승할 때마다 유럽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2%씩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고 관세로 인해 수출이 감소할 경우, 전체 시가총액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노출 기업들이 포진한 '스톡스(Stoxx) 600' 지수가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다.
씨티그룹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업종별 등급을 조정했다.
자동차와 화학 섹터는 '매도(Sell)'로 하향시켰고, 반면 에너지 섹터는 오히려 개선된 '중립(Neutral)'으로 상향시켰다.
유럽 전체 지수(Stoxx 600)는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올해 연말까지 상승 여력이 5%에 불과해 고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의 투자자들에게 이번 그린란드 사태는 달러 강세 여부와 유럽 펀드 수익률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독일 자동차 등 유럽산 수입차 가격 상승은 물론, 대외적 의존도가 높은 기술과 소비재 섹터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25년 초에도 10% 성장을 예측했다가 실제로는 정체(Flat)를 기록했던 '학습 효과' 때문에, 월가는 이번에도 낙관론보다는 신중론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어제(1월20일) 화요일 유럽의 스톡스 600 지수는 1.3% 하락하면서 이틀 연속 약세를 보였고, 3일간의 휴장을 마친 미국 증시 선물 역시 약세로 출발해 시장의 불안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