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재 유출에 직면했다. 중국을 과학기술 선도국으로 만들겠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과학 굴기’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현지시간) 지난 3월 말 상하이 봉쇄가 시작된 이후 중국 내에서 이민 컨설턴트에 대한 문의가 폭증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상하이가 약 2달 동안 봉쇄 상태였으며 코로나19 사망자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대중의 분노와 불안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인구 2500만명이 거주하는 상하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제 수도다.
이민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중국의 바이두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여러 SNS에서 ‘이민’이라는 검색어 조회수는 전달보다 400배 급증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확인됐다.
이민 및 해외 유학 컨설팅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베이징 잉종법률사무소의 구오 시즈 파트너는 SCMP에 “3월 말부터 이민에 관한 관심이 두 배 늘었다”며 “많은 고객이 화웨이와 같은 대형 IT 기업의 엔지니어, 기술직 종사자, 제약 산업 임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의하는 고객들의 유형 또한 고액 자산가에서 기술가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투자 이민을 뜻하는 미국의 EB-5 비자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취업 이민을 뜻하는 EB-1에 대한 문의가 증가한 것이다. EB-1은 과학, 예술, 교육, 비즈니스 및 운동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개인을 위한 비자다.
SCMP는 제로 코로나로 인한 이번 인재 유출 가능성이 중국을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시 주석의 야망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2016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49년까지 중국을 세계적인 과학기술 선도 국가로 만들겠다는 ‘과학 굴기’를 천명한 바 있다.
상하이에 살던 한 커플도 제로 코로나로 최근 캐나다로 이민을 결정했다. 그들은 상하이 봉쇄를 겪는 동안 접할 수 있던 뉴스는 ‘봉쇄 정책이 시민들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것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중국 내에서 제로 코로나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SCMP에 “상하이 봉쇄는 변하는 시대의 이정표”라며 “사람들이 크게 말하지는 않더라도 뭔가 ‘잘못된’ 느낌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